세계문학상 대상 다이앤 리 장편소설 ‘로야’

“소설가로 첫 항해를 시작한 나는 설레고 두렵다. 익숙한 항로만을 따라가진 않겠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건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영원히 표류해도 괜찮다. 멀리서 보면, 나중에 보면, 난 여기 있었고 그리 살았다.”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로야’(나무옆의자)가 출간됐다. 저자인 다이앤 리(한국명 이봉주·사진)가 16일 출간 기념회를 열고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소설을 소개했다.

다이앤 리는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와 서울대 대학원, 독일 본 대학원을 거쳐 2001년 캐나다로 이주해 밴쿠버에 살고 있는 작가다. 이란 출신 남편과 결혼해 딸을 두고 18년간 행복한 삶을 이끌어왔다.

소설은 그가 몇 해 전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쓰게 됐다. 낯선 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를 통해 이민자로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쓴 첫 소설이다.

작가처럼 역시 캐나다 이민자인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던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외상이 없기에 회복도 빠를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몸이 나아지지 않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은 것이 바로 고국에 남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함을 깨닫는다.

폭력 가정에서 자랐지만 ‘나’는 내게 상처를 준 부모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고 자신이 성장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처한 내적인 한계 속에서 ‘나’는 죽은 아버지 이야기를 계속 끄집어내며 보상을 요구하는 엄마를 보며 지금껏 믿어왔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총 13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화자인 ‘나’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며 내적·외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린다. 소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나’와 엄마의 관계 속에서 ‘말하지 못하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 사이의 감정을 섬세히 보여준다. 가장 내밀하지만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인 셈이다.

작가는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 가장 협소하고 내밀한 부분은 시공간을 초월해 유사하다”며 “가장 협소한 곳에 가족이 있고 가장 내밀한 곳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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