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종로여관 방화도 유사
“사회불만 많은 잠재 가해자
정신건강 치료 문턱 낮춰야”


경남 진주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안모(42) 씨는 현장에서 검거 당시 임금 체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앞서도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거나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했다는 등 이유로 유사한 범행을 일으킨 ‘묻지마 범죄’ 사례가 많다.

2008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시원에서는 당시 30세였던 무직자 정모(41) 씨가 불을 지른 뒤 빠져나오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정 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 20분쯤 자신이 거주하던 고시원 방과 인근에 라이터용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놀라 대피하던 사람들에게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정 씨에게는 1심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정 씨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번 진주 사건은 전반적으로 정 씨의 경우와 유사한 전개 과정을 나타냈다. 특히 개인적인 불만이 전혀 없는 불특정 타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정 씨는 과거 자살시도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금전적으로도 압박에 시달리며 사회에 반감을 키워온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경찰은 안 씨에 대해서도 과거 정신병력 등을 파악 중이다.

지난해 1월 20일에도 서울 종로구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던 유모(54) 씨는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여관에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7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사회 차원에서 이 같은 묻지마 범죄의 잠재적인 가해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가진 사람이 사회안전망 내에서 포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정신건강센터 등에서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형적으로 보면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쉽게 해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며 “잠재적으로 불안 또는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규·송정은·나주예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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