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쿨존에서 감속 및 안전 운행의 필요성을 담은 노란 전신주 앞에 모여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노란 전신주 도입 후 긍정적인 반응과 효과가 확인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부산 사상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쿨존에서 감속 및 안전 운행의 필요성을 담은 노란 전신주 앞에 모여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노란 전신주 도입 후 긍정적인 반응과 효과가 확인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부산 ‘스쿨존 환경개선’ 사업

두실·사상초 등 6곳 통학로
어린이들 그림과 함께 래핑
사고 예방하고 경각심 고취

운전자 76% “안전운전 도움”
설치 후 평균속도 1.6㎞ 감속

타 지역서도 벤치마킹 움직임


지난해 12월 말 부산 지역 6개 초등학교에는 눈에 확 띄는 노란 전신주(전봇대)가 들어섰다. 금정구 두실초, 사상구 사상초, 부산진구 성전초, 동래구 예원초, 안민초, 해운대구 장산초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 노란색과 아이들의 그림을 담은 전신주 85개가 설치된 것. 노란색은 계절, 날씨, 밤낮에 상관없이 대상물을 식별하기 좋은 시인성(視認性)이 우수하고 유치원, 학교 등 아이들도 상징한다.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쉽게 볼 수 있는 전신주에 노란색 디자인을 입혀 스쿨존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부산시, 한국전력 부산울산지역본부,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와 협약을 맺고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노란 전신주는 스쿨존이 ‘어린이위험구역’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을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기간에 전국적으로 스쿨존에서 연평균 538건의 사고가 발생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만 해도 2010∼2014년 5년간 스쿨존 879곳에서 300건의 사고가 발생해 스쿨존 1개당 0.34건의 사고 건수를 기록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 유치원 등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스쿨존에서는 과속, 속도위반, 불법주차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사망사고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처지다.

부산아동옹호센터 등은 이에 주목해 운전자의 시선에서 가장 많이 띄고 쉽게 볼 수 있는 전신주에 노란색 디자인을 입혀 스쿨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사업담당자인 김연희 부산아동옹호센터 대리는 “2017년에 부산시와 초등학교 앞 건널목에 건널목 옆 인도와 벽을 노란색으로 칠해 보행자 대기공간을 마련하고 운전자 눈에 띄게 표시하는 ‘옐로 카펫’과 아이들이 차도에서 떨어져 보행 신호를 기다리게끔 유도하는 발자국 모양의 표시인 ‘노란 발자국’ 사업을 추진했는데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노란 전신주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동이 안전한 부산 만들기-스쿨존 환경개선 노란 전신주’로 이름 붙인 사업은 우선 보호 대상인 어린이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교통안전 포스터 공모전을 펼쳐 관심을 유도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모두 308명이 참여했고 뽑힌 그림을 전신주에 디자인했다. 설치 과정에서 재단은 디자인 공모 및 사업 진행, 한국전력은 사업비 2000만 원을 흔쾌히 후원했다. 부산시는 대상지 선정 및 홍보, 도로교통공단은 대상지 선정, 설치 효과 분석 등 기술지원을 맡아 각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사망 제로’를 목표로, 아동이 직접 그리고 쓴 글을 담은 전신주를 설치한 효과는 컸다. 설치한 후 운전자의 감속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설치 학교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속도의 경우 설치 전에 시속 33.5㎞에서 설치 후에는 31.9㎞로 5.2% 줄었다. 운전자의 77%는 ‘노란 전신주를 본 후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운전한다’고 답했고, 76%는 ‘교통사고로부터 노란 전신주가 도움이 되고 안전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이홍력(왼쪽부터) 장산초교 교장, 강규태 한국전력 대리, 박정선 장산초교 교감, 강민석 군이 노란 전신주 앞에서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홍력(왼쪽부터) 장산초교 교장, 강규태 한국전력 대리, 박정선 장산초교 교감, 강민석 군이 노란 전신주 앞에서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포스터 공모전에 참여한 한 아동은 “내 그림이 전신주에 담긴 것을 보니 뿌듯하다. 참여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교장, 교사들도 “전신주 설치 학교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는 혹시 우리 학교가 교통안전으로부터 위험한 학교로 비칠까 걱정했는데 설치하고 보니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 환경도 더 밝아져 좋다”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인 교통안전을 함께 이룬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 인근 주민이나 운전자들도 아이들의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친다고 전했다.

강규태 한국전력 부산울산지역본부 대리는 “교통사고는 아이도 조심해야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어른들의 관심과 투자인데 완성된 전신주를 보니 보람을 느낀다”며 “노란 전신주가 부산 전역으로 확대되고 아동이 안전한 부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올 초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8 지역 교통안전 환경개선사업 추진 우수 지자체 평가’에서 모범사례로 꼽혔고 부산시는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산아동옹호센터, 부산시, 한국전력 등은 올해도 이 사업을 지속해서 시행할 계획이다. 김연희 대리는 “아동들이 통학로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직접 학교 앞의 위험요인은 없는지에 대한 개선 의견도 수렴해 운전자인 어른들에게도 전달할 계획”이라며 “포스터도 역시 공모해 전신주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춘 부산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과 함께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노란 전신주 사업은 다른 지역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등·하굣길을 제공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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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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