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울大 보고서엔 공통점
긍정 경험 많지만 행복감 최악
사회적 기초 취약이 주된 원인
청문회 때마다 불법·특혜 논란
지도층이 실망과 분노를 야기
사회적 비교가 심한 것도 원인
지난달 유엔 지속가능발전네트워크(SDSN)에서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발간됐다. 며칠 전에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대한민국 행복리포트를 발간했다. 150만 명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 응답한 자료의 분석 결과다. 두 보고서는 우리 국민의 행복 성적표다.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2016∼2018년 삶의 만족도가 5.895점으로 156개국 중 54위다. 2015∼2017년 5.875점으로 57위였던 것에 비해 조금 높아졌지만 2010∼2012년 6.267점으로 41위였던 것에 비하면 낮아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위, 건강 수명이 9위인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였으며, 그다음으로는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의 순이었다.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일본이 5.886점으로 58위, 중국은 5.191점으로 93위이다. 일본은 2015∼2017년 5.915점에 54위로 한국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역전됐다. 반면, 대만은 2015∼2017년 2.441점으로 26위, 2016∼2018년 2.446점으로 25위를 해서 동북아시아 나라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을 제외한 한·중·일 모두 1인당 GDP로 측정한 경제적 풍요에 비해 행복의 순위가 낮게 나타났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삶의 만족도 외에도 기쁘거나 즐거운 긍정적 정서 경험과 슬프거나 노여운 부정적 정서 경험도 함께 보여준다. 한국은 긍정적 정서 경험이 101위로 매우 낮은 반면, 부정적 정서 경험은 역순위 45위로 크게 높지는 않다. 삶의 만족도와 정서 경험을 종합해 보면 우리의 행복 성적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0위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면 한국의 행복 성적은 왜 낮은가?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행복의 사회적 기초’가 취약하다. 한국은 지난해 사회적 지지가 91위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어려운 때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지는 최근 계속 악화했다. 부패의 인지 정도 역시 최근 들어 개선됐지만 100위로 하위권을 못 벗어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살면서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144위로 최하위라는 점이다. 주위 눈치를 보며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하는 답답함의 정도가 그만큼 높다.
한국에서 사회적 지지는 계속 나빠졌을 뿐 아니라 연령대 간 격차도 크다.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이 20대 7%, 30·40대 22%, 50대 이상은 39%로 20대와 50대 이상의 격차가 32%포인트다. OECD 평균 8%포인트에 비해 매우 높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과 2017년 사이 20대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15%에서 28.1%로, 몸이 아플 때가 5.1%에서 11.3%로, 우울할 때가 3.2%에서 7.9%로 크게 늘었다. 사회적 고립이 행복을 낮춘다는 것은 대한민국 행복 보고서에서도 지적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30대 이하에 비해 40대 이상이 특히 취약하다고 한다.
한국은 부패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높은 편이다. 그만큼 불법이나 특혜에 민감하다는 말도 된다.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엄격한 평가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인기 연예인과 권력층의 마약과 섹스 스캔들, 탈세와 횡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는 또다시 국민의 행복감을 낮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 지도층 모두가 깊이 반성할 문제다.
내 마음대로 살기 어렵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동아시아에 일반화된 집단주의 문화에 기인한다. 대한민국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행복도를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적 비교가 심한 편이다. 사회적 비교 성향이 높은 것은 여성과 젊은 층이지만, 사회적 비교 때문에 행복도가 낮아지는 정도는 노인층에서 가장 크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 아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정책 실시를 공언했고, 최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노력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야만 행복 증진이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