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력(武力) 도발을 재개한 것은 1년 전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모래성이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로 ‘완전한 비핵화’가 구호 차원을 넘어 실질적 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6일 평양 공군부대 방문에 이어 17일 국방과학원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하고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큰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마주 앉자”며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직후 이런 행보에 나선 것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회담은 않겠다는 우회적 답이기도 하다.

북한의 무기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로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김 위원장은 이미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제재를 자력으로 넘겠다”고 밝혔다. 전략무기 아닌 전술무기라는 것은 미국을 자극할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탄도 아닌 유도무기라는 것은 탄도미사일 실험을 전면 금지한 유엔 결의를 회피하겠다는 꼼수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한국의 스텔스기 도입이나 한·미 연합훈련 등을 계속 문제 삼으며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투명한 국방력 강화 노력과, 유엔 결의에 반해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무력 시위를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이런데도 문 정부는 공허하게 평화(平和) 선순환 얘기만 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8일 북한의 도발엔 눈감은 채 “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북핵 폐기는 언급 없이 “남·북·미가 협력하면 경제를 고리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에 기반해 다시 경제 협력을 증진시키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우정도 화목도 좋지만 남북이 원하는 것은 평화”라며 퀴즈쇼까지 벌였다. 이제라도 문 정부는 북한의 진짜 전략을 직시하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 제재·압박 공조를 강화해 비핵화를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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