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장애인의 날’… 소외 여전
매뉴얼 유명무실…특수교육예산 10년째 그대로
초등생때부터 훈련서 배제
“불나면 대피도 못하고 죽나…”
장애학생 지난해 1만3967명
대처 미약한 초등생이 47.3%
특수교육예산은 전체의 4%뿐
‘제39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19일 긴급점검한 결과, 정부의 무관심과 예산지원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각종 재난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일선 학교 재난 대피 훈련 과정에서의 장애 학생 소외 현상은 심각하다. 화재·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이 능숙히 대피할 수 있는 훈련 매뉴얼 등 교육환경 개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포함한 특수교육예산도 지난 2009년 이후 답보상태로, 전체 교육예산 대비 4%대 중반에 그치고 있다.
◇비상대피인데 교실에 혼자=“불이 났을 때 대피도 못 해보고 죽을 순 없잖아요”. 휠체어를 타고 학교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18) 양이 지난 9일 올린 유튜브 영상은 이날 현재 조회 수 9600여 회를 기록했다. 김 양은 영상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피훈련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 양은 “전교생이 훈련하러 나가고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며 교실에 남겨진 자신을 영상에 담았다.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2014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작성한 ‘장애인거주시설 안전 및 피난 매뉴얼’은 평소 대피 계획을 세워 몸에 익숙할 정도로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양은 훈련에서 배제됐다. 대피 훈련과 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수원시의 초등학교 3학년 A(9) 양은 1급 시각장애가 있지만 스스로 대피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A 양은 “친구랑 선생님이 도와주면서 대피하는 연습은 했다”면서도 “불났을 때 혼자 탈출하는 법을 몰라 무섭다”고 했다. A 양의 어머니 B(40) 씨는 딸의 책가방에 접이식 지팡이를 챙겨 넣고 불이 나면 지팡이를 이용해 빠져나오라고 일러뒀다. B 씨는 “학교가 출구 가까운 교실에 딸을 두는 등 배려했지만, 비상시 혼자 있게 될 경우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A 양과 같은 장애가 있는 딸을 둔 김모(여·40) 씨도 “교사들이 재난 때 모든 학생을 챙길 수 있겠느냐”고 염려했다. 교육부의 ‘2018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지내는 초·중·고등학교 통합학급 장애 학생은 2016년 1만3600명에서 2018년 1만3967명으로 늘었다. 그중 47.3%(6617명)는 인지·대처 능력이 미약한 초등학생이다.
◇장애·특수교육 예산 제자리걸음=일반 학교 특수학급 및 일반학급 배치를 희망하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면서 개별적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 적절한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전체 특수교육 예산은 특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나원희 한국교육개발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재정조사팀장의 ‘특수교육 현황과 재정 통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특수교육 예산은 2조7595억 원으로 전체 교육예산 대비 4.3%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4.0∼4.7% 사이에 머물러 있다. 나 팀장은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육 보조인력 증원, 특수교사 전문성 향상, 학교 편의시설·서비스 확대 등 장애 학생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확대와 국가 차원의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종민·이민종 기자 rashomon@munhwa.com
매뉴얼 유명무실…특수교육예산 10년째 그대로
초등생때부터 훈련서 배제
“불나면 대피도 못하고 죽나…”
장애학생 지난해 1만3967명
대처 미약한 초등생이 47.3%
특수교육예산은 전체의 4%뿐
‘제39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19일 긴급점검한 결과, 정부의 무관심과 예산지원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각종 재난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일선 학교 재난 대피 훈련 과정에서의 장애 학생 소외 현상은 심각하다. 화재·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이 능숙히 대피할 수 있는 훈련 매뉴얼 등 교육환경 개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포함한 특수교육예산도 지난 2009년 이후 답보상태로, 전체 교육예산 대비 4%대 중반에 그치고 있다.
◇비상대피인데 교실에 혼자=“불이 났을 때 대피도 못 해보고 죽을 순 없잖아요”. 휠체어를 타고 학교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18) 양이 지난 9일 올린 유튜브 영상은 이날 현재 조회 수 9600여 회를 기록했다. 김 양은 영상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피훈련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 양은 “전교생이 훈련하러 나가고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며 교실에 남겨진 자신을 영상에 담았다.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2014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작성한 ‘장애인거주시설 안전 및 피난 매뉴얼’은 평소 대피 계획을 세워 몸에 익숙할 정도로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 양은 훈련에서 배제됐다. 대피 훈련과 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수원시의 초등학교 3학년 A(9) 양은 1급 시각장애가 있지만 스스로 대피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A 양은 “친구랑 선생님이 도와주면서 대피하는 연습은 했다”면서도 “불났을 때 혼자 탈출하는 법을 몰라 무섭다”고 했다. A 양의 어머니 B(40) 씨는 딸의 책가방에 접이식 지팡이를 챙겨 넣고 불이 나면 지팡이를 이용해 빠져나오라고 일러뒀다. B 씨는 “학교가 출구 가까운 교실에 딸을 두는 등 배려했지만, 비상시 혼자 있게 될 경우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A 양과 같은 장애가 있는 딸을 둔 김모(여·40) 씨도 “교사들이 재난 때 모든 학생을 챙길 수 있겠느냐”고 염려했다. 교육부의 ‘2018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지내는 초·중·고등학교 통합학급 장애 학생은 2016년 1만3600명에서 2018년 1만3967명으로 늘었다. 그중 47.3%(6617명)는 인지·대처 능력이 미약한 초등학생이다.
◇장애·특수교육 예산 제자리걸음=일반 학교 특수학급 및 일반학급 배치를 희망하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면서 개별적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 적절한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전체 특수교육 예산은 특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나원희 한국교육개발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재정조사팀장의 ‘특수교육 현황과 재정 통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특수교육 예산은 2조7595억 원으로 전체 교육예산 대비 4.3%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4.0∼4.7% 사이에 머물러 있다. 나 팀장은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육 보조인력 증원, 특수교사 전문성 향상, 학교 편의시설·서비스 확대 등 장애 학생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확대와 국가 차원의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종민·이민종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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