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관련 종사자와 시민들이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2019년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장애인의 일상생활 불편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복지 관련 종사자와 시민들이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2019년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장애인의 일상생활 불편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활동지원사’ 부실관리 실태

50시간 수료하면 자격증
장애유형별 교육 미흡하고
내용도 “약자 보호” 형식적
학대 등 인권강의 2시간뿐
“전문성·처우개선 이뤄져야”


시각장애인 아들을 위해 10여 년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온 정모(여·45) 씨는 지난해 고용한 활동지원사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 활동지원사는 아들이 사용하는 물컵과 그릇 등을 화장실 청소용 고무장갑으로 씻었고, 정 씨의 아들에게 “돈도 몇 푼 못 받고 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따분하다”는 등 막말을 수차례 하기도 했다.

정 씨는 “장애인 인권과 학대 등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무턱대고 활동지원사 자격을 주는 것 같다”며 “주변의 다른 장애인 부모들은 이런 문제 탓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직접 자녀를 돌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금천구에서 아이 돌보미가 16개월 영아를 학대한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며 수시간 동안 이들을 돌보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또한 인력 선발과 교육·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56개 관련 교육기관에서 50시간짜리 표준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활동지원사 자격이 주어진다.

이용자들은 활동지원사 교육과정이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김남연 전 한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휠체어 미는 방법 등 신체 장애인 위주의 교육을 하는 탓에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인들은 알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발달장애아들이 횡단보도 신호등 불빛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활동지원사가 알지 못해 빨간불에 횡단보도로 뛰어드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은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기관의 수업 관리 및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장애인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은 강모(22) 씨는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해도 제지하지 않는다”며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수료증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 보호자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형식적 내용뿐”이라고 말했다. 현행 교육과정에는 인권·학대의 개념 및 실태에 대한 이론 교육이 2시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을 돌보는 과정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장애 유형별로 교육과정에서 미흡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인력이나 교육과정 등에 있어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모두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학과 교수는 “정신적 장애인을 고려해 장애 유형별로 전문화된 교육을 마련하는 한편 급여 등 처우도 함께 개선해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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