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목표는 지역 경쟁력
분권은 시민사회와 시장 강화
우파적 가치이나 한국선 달라
文정부 정책은 新중앙집권주의
지방공무원을 중앙 편입하고
정치적 SOC로 지역 간섭 늘려
도지사가 대통령과 선거 정치로 가까우면 지방의 대규모 투자 사업에 중앙정부의 지원이 집중된다. 선거공약에 오르기만 하면 지방공무원도 국가공무원 체계로 편입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추경이 편성되는데 상당액이 지방 소비를 자극하는 용도에 그친다. 이러면 지방자치와 분권의 뿌리는 정치라는 풍치(風齒)에 시달리게 된다.
스스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지방과 경쟁하고 필요한 경우 협력하는 게 지방자치의 근본이다. 분권과 자치의 자력갱생 원리는 중앙과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을 때 실현된다. 지방정부를 키우는 것이 분권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분권은 궁극적으로 지역의 시민사회와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앙의 국가권력이 너무 강대했기 때문에 공권력을 시민사회로 옮기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정부를 쓰고, 그것을 주민이 직접 통제하자는 것이다.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축소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 기제로 행정 권한을 넘기고 규제를 완화하는 게 분권이다. 지방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자체 역량을 동원해 고유한 지역 만들기와 지역경제 고도화에 나서야지, 중앙에 매달리는 퇴행적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이러한 사상은 대체로 보수주의 시각과 일치하기에 앞선 나라들에서는 보수 정권에서 권한의 지방 분산이 시도됐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사회 민주화의 한 바퀴로 지방자치가 도입됐기에, 이른바 좌파적 성향이 강하게 인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내부는 견고한 신(新)권위주의가 똬리를 틀고 앉아 통제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 정부의 지방에 대한 정치와 정책은 혼란스럽다. 말로는 자치와 분권을 연방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하면서, 실제는 신중앙집권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방경찰을 만든다는 계획도 지방경찰제의 장점보다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 조절 수단으로 추진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산불·화재·긴급구조와 같은 지방의 주민 밀착 생활 서비스를 수행하는 현장 공무원의 신분까지 국가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재정 조치와 행정 협력 방식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그 뒤에는 수많은 주민의용소방대 조직이 연결돼 있어 선거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아 지방 소멸을 염려하면서, 지방에 과도한 투자를 결과할 방식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완화하는 것은 시대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산 일변도 정책이다. 앞으로 인구가 2만 명을 밑돌 군지역이 상당수 생긴다. 현재의 지방행정 체계와 재정조정 제도로는 지방자치와 분권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경기 부양 명목의 추경도 마찬가지다.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위해 근본적인 처방에 천착하지 않고 동족방뇨(凍足放尿) 식의 추경은 낡은 방식으로 그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인구 과소 지역에 대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의 과잉 투자는 결국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생활 편의시설이 이미 과잉 공급된 지역이 많다. 선거 때문에 우선순위가 뒤바뀐 경우도 많다. 지방정부의 청사들을 보라. 공직자들의 근무공간이 주민 생활 수준과는 거리감이 크다.
마르크스의 제자들은 초기에는 지방정부의 존재를 중시하지 않다가, 나중에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달리 큰 소비활동을 담당한다는 2원적 국가(dual state)를 주창하기도 했다. 지방이 소비에 몰입해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1분기를 지나기도 전에 추경을 꺼내는 것은 예산담당 공무원의 전문적 판단이나 염치는 아니라고 본다. 세종시는 정치 산물이었지만, 거기서 일하는 공직자까지 행정의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공교육은 지방의 고유한 사무다. 훌륭한 어린이를 키우는 데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진일보한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소유하게 된 가정마다 자녀 교육의 열망이 분출됐다. 지방이 없던 시절, 공교육 체제를 서둘다 보니 교사들이 국가공무원이 됐다. 자치로 선출된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에게 국가공무원이 소속된 방식이다. 교육부 개편과 함께 새로운 접근이 오랫동안 거론되고 있다. 국민청원이라지만 현장 소방공무원 제도를 꼭 이런 식으로 전환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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