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의미

‘하노이 노딜’ 후 첫 방문지
美압박 수세국면 전환 노려

러, 단계·동시적 비핵화 지지
북-중-러 3각공조 강화 예고

회담장소 유력 극동연방대
文-푸틴 정상회담도 열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7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 오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북·러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2월 말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만찬·회담 등 공식 일정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추구하는 ‘신동방정책’의 상징인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투숙하고 경제 시찰을 하며 북·러 경제 협력 의지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로 외교적 수세에 놓인 북한이 미국과 갈등관계의 러시아를 활용해 대북제재 ‘구멍’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향후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자 국경을 맞댄 경제 협력 상대국인 러시아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돌파구로 러시아가 완벽한 상대인 셈이다. 또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북·중·러 3각 협력관계 복원을 위해서도 북·러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도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고, 극동 개발을 통한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 차원에서 북한이 필요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부터 북·러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러브콜’을 북한에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무려 4차례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면서도 러시아 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러 정상은 오는 25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우호를 최대한 과시하는 밀착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장소로 극동연방대를 낙점한 것부터가 상당한 예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학의 루스키섬 캠퍼스는 푸틴 대통령의 ‘동쪽 거주지’라는 애칭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아르촘 루킨 극동연방대 교수는 이날 NK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은 위치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라도 정상회담에 이상적인 장소가 될 것 같다”면서 “이 캠퍼스가 2012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개최를 위해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지시로 지어졌고 그는 이곳을 좋아해서 거의 매년, 주로 초가을에 방문한다”고 말했다. 극동연방대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 정책’을 홍보하는 동방경제포럼이 매년 9월 개최되는 곳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이곳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도착하는 24일 당일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극동연방대 내 5성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5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이어갈 전망이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은 25일 회담 이후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지만, 김 위원장은 26일까지 현지에서 추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했던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프리모르스키 수족관 등 관광지를 둘러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숙소이자 회담 장소로 유력한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 곳곳에는 23일 현재 북한과 러시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극동연방대 안의 호텔에 머물며 회담장으로 쓰일 대학 내 시설들을 며칠 전부터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모습도 수차례 포착됐다. 또 캠퍼스 내 경비도 삼엄해지고 있으며, 북·중 국경지대와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로 예상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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