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때 배고픔 줄여줘 ‘딱’
수용성 식이섬유는 혈당 조절
잘 씻어 껍질 함께 먹으면 좋아
오이지·소박이 등 조리법 다양
콩국수·냉면·짜장면과도 조화
볶음요리 들어가면 씹는 맛 ‘굿’
굵기 일정하고 색깔 선명해야
씻지말고 꼭지 위로 가게 보관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분화돼 있는 오이는 쓴맛이 강한 야생종 오이도 있고 크기가 작은 피클형 오이도 있다. 우리나라 오이 품종군은 크게 다다기오이, 취청오이, 가시오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다기오이는 열매가 마디마다 다닥다닥 열리는 다다기성을 갖고 있는 품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백오이라고도 불리는 것인데 연하고 연두색이 많은 백다다기오이가 여기 속한다. 오이지나 오이소박이를 담글 때 많이 쓴다.
백오이와 비교해 균일한 진한 녹색을 띤 청오이로는 취청오이와 가시오이가 있다. 조직이 단단하고 색이 진해 장식용으로 쓰거나 볶음과 무침요리에 쓴다. 취청오이는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이 있어 월동재배를 많이 한다. 중국 북부형 품종에서 유래한 가시오이는 녹색이 매우 진하며 굵기가 가늘고 주름이 많아 검은 가시가 더 돌출돼 보인다. 오이는 지역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다소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서는 주로 다다기오이를 소비하고 가시오이와 취청오이는 남부지역에서 소비가 많은 편이다. ‘캡 오이’는 품종을 말하는 이름이 아니라 오이가 작을 때 일정 규격의 긴 플라스틱 용기 속에 넣어 곧고 균일하게 키운 오이를 말한다.
오이는 씨가 여물지 않은 상태로 수확해 먹는다. 이것을 따내지 않고 오래 놓아두면 오이 엽록소가 줄어 색이 누렇게 변하고 표면이 그물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거친 피부로 변한 노인 다리와 같다는 의미로 ‘노각’이라고 말한다. 오이는 자연교잡이 용이해 토종 품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조선오이’라고 부르는 토종오이는 오래 두면 그물 모양이 고르게 잘 나타나는데 조직도 단단해 생채로 무쳐먹거나 찌개로 이용한다.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을 통해 오이 고르는 법을 알아보았다. 품종과 관련 없이 전체적으로 굵기가 고른 것이 좋고 오이 가시가 살아 있는 것이 신선하다. 마르지 않고 탄력이 있으며 빛깔은 선명하고 진한 것이 좋다. 오이를 보관할 때는 씻지 않은 상태로 종이에 싸고 밀봉해 매달려 있는 방향대로 꼭지가 위로 가게 세워서 보관하면 더 오래간다. 굴곡이 많은 가시오이를 씻을 때는 맨손으로 씻으면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끼고 굵은 소금을 이용하면 가시를 없애고 잘 씻을 수 있어 좋다.
오이에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오이의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효소반응을 거쳐 유기화합물인 노나다이엔알(2,6-nonadienal)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아주 적은 농도로도 냄새를 느끼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이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 물질의 생산량도 많아진다. 냉동, 살균, 발효 등 가공 과정을 거치면 이 성분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오이는 끝물이나 가물 때에 쓴맛이 강해지는데 특히 오이 꼭지가 더 그렇다. 오이를 비롯해 여러 식물체가 쓴맛 성분을 갖게 된 이유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을 키워가며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 것인데 지금은 이런 성분들로부터 인체에 유용한 생리활성과 기능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오이는 수분 왕이다. 수분함량이 96%로 매우 높고 칼로리가 낮은 특징이 있어 다이어트 할 때 배고픔을 줄이기 위한 음식으로 많이 먹는다. 오이에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수용성 식이섬유이므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이나 고지혈증 환자의 혈중 지질농도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잘 씻어서 껍질을 함께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1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어 밥상 위에서 흔히 발견되고 친숙한 채소인 오이는 날이 더워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팔방미인이다. 상큼한 향, 아삭한 식감, 시원한 국물이 조화를 이루어 이만한 별미가 없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이소박이, 오이지무침과 오이지냉국, 그리고 미역을 불려 얼음을 띄운 시원한 미역오이냉국은 더위에 지친 몸을 살려준다. 오이소박이는 연한 오이를 토막 내 자르고 열십자로 칼집을 넣어 절인 후 부추로 만든 소를 채워 차곡차곡 담아 익힌다. 배추김치를 싫어하는 외국인도 오이소박이는 좋아한다.
오이는 오래 저장하기 어려운데 오이가 물러지는 이유는 식물 세포벽 사이에 있는 펙틴이 분해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저장성이 낮은 오이를 여름철에 장기간 보관하면서도 최적의 맛과 식감으로 즐길 수 있는 오이지로 만들어 먹는 지혜를 발휘했다.
오이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은 다음 소금물을 끓여 뜨거운 상태로 부어 담그는 방법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온도는 천천히 낮아질 것이다. 펙틴을 분해해 식물조직을 무르게 만드는 폴리갈락투로나아제(polygalacturonase)라는 효소는 열에 약해 이 온도에서 활성을 잃어 펙틴을 분해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펙틴에스터라아제(pectinesterase)라는 효소는 활성화해 펙틴과 칼슘을 연결하는 염다리를 많이 만들어 펙틴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오이지가 물러지지 않고 아삭하게 된다. 뜨거운 물을 부을 때 펙틴을 분해하는 해로운 미생물도 제거된다. 남아있는 미생물이 자라 산소가 부족해지면 점점 유산균이 잘 자라는 환경이 되고 유기산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새콤한 맛과 저장성을 갖게 된다.
어디에든 넣어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오이다. 오이는 콩국수, 비빔국수, 냉면, 짜장면 등 면 요리에 들어가 조화를 잘 이룬다. 오이와 다진 소고기를 섞어 수분을 충분히 날려주며 볶아먹어도 맛있는데 볶음요리에 들어가는 오이는 담백하며 씹는 맛도 좋다. 오이는 이렇게 차가운 음식이나 따뜻한 음식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넣어도 맛있다. 오이는 의외로 볶음밥에도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오이에 물이 많기 때문에 오래 볶아주면 좋은데 완성된 다음에는 향기와 식감뿐만 아니라 색깔도 보기 좋은 맛있는 볶음밥이 된다. 중국음식에는 오이가 특히 많이 쓰이는데 오이를 두드려 만드는 오이무침은 중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오이 반찬이다.
오이의 시원한 녹색은 눈을 상쾌하게 해준다. 색깔이 선명해 식욕을 돋우기 위한 장식용 재료로 많이 쓰인다. 겨울이 제철인 시금치의 뒤를 이어받아 여름에는 오이가 김밥을 푸르게 만든다. 북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로 올랐던 전채요리 ‘오이선’은 보기만 해도 만족감이 생기는 음식이다. 흔한 오이에 정성을 다해 깔끔하고 조화로운 색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더운 날에는 오이의 시원함과 푸르름을 더한 슬러시를 만들어 보자. 오이와 얼음, 레몬을 갈아서 먹으면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오이에 아보카도와 코코넛밀크, 아니면 오이에 바나나와 코코넛워터를 더한 조합도 추천한다.
오이데이인 5월 2일에는 농협과 생산자 단체가 매년 오이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행사를 벌인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었던 오이가 이제는 5월에 많이 나오니 지혜롭게 여름을 났던 우리 조상들처럼 오이를 많이 사서 오이지를 담가볼 만하다. 전통발효식품 오이지는 유산균이 풍부해 이로움을 준다. 오이를 먹다 남으면 피부가 촉촉해지도록 얼굴에 붙여본다. <끝>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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