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우리도 더 뽑아라”
교통마비 등 주민들만 피해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현장 인력 투입을 놓고 충돌했다. 한국노총은 “공사현장이 민주노총의 볼모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노총은 “사측이 ‘노노(勞勞) 갈등’을 조장한다”고 반발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양 노총이 12시간이나 대치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공사업체와 인근 주민에게 돌아갔다.
23일 오전 6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이 현장 안전교육장 등에 진입하려는 한국노총 건설작업자들과 비노조 소속 작업자들을 막아서며 충돌이 벌어졌다. 공사장을 점거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내부로 진입하려는 한국노총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며 급기야 민주노총 조합원 1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 공사장은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해 조합원 15명을 고용했다. 한국노총에서 “우리 쪽 조합원도 고용해달라”고 요구하자 공사업체는 20명 안팎을 고용했고, 이날은 한국노총 조합원이 안전교육을 받는 날이었다. 민주노총은 “우리 조합원을 더 고용하라”며 교육이 진행되지 못하게 막았고, 한국노총은 조합원 500여 명을 동원했다. 이에 민주노총도 550여 명을 모아 ‘실력 저지’에 나섰다. 경찰은 9개 중대 500여 명을 배치해 이들 양대 노총이 충돌하는 것을 막았다.
양 노총은 “왜 일자리를 나눠주지 않느냐” “배신자들” 등의 격한 말을 주고받으며 오후 6시 무렵까지 대치했다. 현장 점거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세력이 커지니까 업체 측에서 한국노총을 이용해서 맞불을 놓는 것”이라며 “사측이 노노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오만함과 과욕이 도를 넘었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온갖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만 쓸 것을 요구하며 공사현장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다른 노조들은 사실상 빈사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대 노총의 힘겨루기에 아파트 건설 공사는 이날 ‘올스톱’됐다. 대형 공사 장비와 양대 노총에서 동원한 차량이 뒤엉키며 일대 교통이 하루 종일 마비됐다. 인근 개포 7단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온갖 노조에서 자기 조합원을 써달라며 새벽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노조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그 사이에 낀 중소 건설사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장마다 노조가 난립해 노조원 우선 고용을 요구하는 등 노조의 횡포가 선을 넘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장 하청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일거리가 많지 않아 더는 채용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희권·송정은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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