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과거 조현병 병력자에 의한 방화살인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제도의 어느 부분이 고장이 나서 이렇게 끔찍한 사고를 막지 못하는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부실한 관리 체계 때문에 지역사회에 방치된 고위험 정신질환자 탓으로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해 강제 입원을 어렵게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리에 큰 구멍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법(司法)입원제, 외래치료명령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의사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보건복지부의 중증 정신질환자 부실 관리 체계만이 이런 폭력적 사고의 주된 원인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범죄율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이 무고한 인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해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 생각을 바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우리가 크게 놓치고 있는 면이 보인다. ‘폭력성’ 그 자체다. 우리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력적 인명 살상 사고를 제정신으로 판단 못하는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먼저 접근한다. 하지만 그 폭력적인 환자들의 폭력성, 타인을 향한 공격 성향이 더 본질적인 문제임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 만성 정신질환인 조현병, 조울증 환자들 가운데서 아주 소수에서만 타인을 적극적으로 해치는 공격성이 나타난다. 환청·망상·조증 등의 정신 증상이 심해도 공격성이 심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비록 사회적 적응은 어려우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폭력적인 환자의 경우 정신질환보다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 무책임한 충동성, 통제되지 않는 분노가 더 위험하며, 통상적인 정신과 약물치료 등만으로는 조절이 어렵다. 하지만 이 환자들의 폭력성의 원인이 무엇인지, 효율적인 관리 방안은 무엇인지 제대로 답변을 주는 국내 연구는 부족하다. 폭력성이 심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해 법과 제도를 보완하려는 복지부의 선제적 노력이 없었던 점은 몹시 아쉽다.
정신질환의 증상보다 그 폭력성 유무로 구분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관리의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망상·환청 등의 정신적 증상 치료가 공격적 정신질환자 관리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이들의 공격적 행동 그 자체는 치료만으로 통제되긴 어렵다. 폭력적 환자의 폭력성 그 자체는 바로 공익적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나서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방화살인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치료 관리를 맡은 복지부, 일차적 수사를 맡은 경찰의 책임으로만 두는 현행 법과 제도는 폭력적 정신질환자의 폭력성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이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법입원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화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국가의 관리 부실에 대한 공개적 사과를 요구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폭력적 정신질환자의 관리를 위해 법원·복지부·경찰에 각각에 합당한 임무를 주고, 각 부처가 효율적으로 연계해서 일하도록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법원이 관여하는 임시조치를 마련한 이후 가해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겨우 떼놓을 수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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