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관료세력 갈등탓” 분석
일각선 ‘金, 스스로 퇴진’說도
조평통 리선권 입지도 ‘위태’


자수성가형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 직에서 해임된 것을 두고 금수저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위상 확대와 대조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관료 사회는 오랜 기간 능력과 충성심을 인정받아 출세한 ‘자수성가형’과 혁명 2세대인 ‘금수저’ 출신으로 양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인민군 말단에서 시작해 1980년대부터 남북회담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군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2016년 통전부장에 올랐다. 지난해부터는 대남뿐만 아니라, 외무성의 영역이었던 대미 협상까지 총괄해 자수성가형 관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24일 통전부장이 김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부위원장이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영림 전 북한 내각총리의 수양딸인 최선희가 하노이 회담 이후 국무위원 진입과 외무성 제1부상 승진 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에 비춰 이번 인사가 북한 내 양대 관료 세력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김 부위원장이 당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위원 등 다른 직함을 유지한 것은 두 세력 모두를 관리해야 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인술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 자리를 자청해서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미국 측이 김 부위원장을 카운터파트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발신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스스로 판단했으며, 하노이 회담 결렬로 협상 전면에서 물러날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의 영향력 축소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의 오른팔인 리선권 위원장이 군 출신으로는 특이하게 조평통 위원장을 맡았다”며 “대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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