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평가하는 피버디 그림 어휘 테스트 장면.  사이언스북스 제공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평가하는 피버디 그림 어휘 테스트 장면. 사이언스북스 제공

언어의 아이들 / 조지은·송지은 지음 / 사이언스북스

아이들이 어떻게 짧은 시간에 언어를 습득하고, 이렇게 습득한 언어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구사하는지를 언어학을 통해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탐구한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음성과학자가 함께 쓴 공동 저작이다.

처음 말을 배우는 유아는 한 단어를 말하다 두 단어를 알게 되고 이어 세 단어를 엮으면서 순식간에 문장을 만들어내고 말을 하게 된다.

첫 문장을 말한 지 불과 1년 6개월여 기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들은 ‘우주를 넘나드는 현대과학 기술과 지식으로 풀 수 없을 정도’로 언어의 본질을 마스터한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이런 언어습득 능력이 시기가 지나면 사라지고 만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짧은 어린 시절에 발휘하는 초인적인 언어습득 능력을 어떻게 십분 활용해야 할까. 또 어른이 된 뒤에도 이런 능력을 과연 재가동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린이들의 언어습득 블랙박스를 뒤지는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간접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더 직접적으로는 조기유학을 준비하거나 이중언어 환경인 해외에서 아이를 양육하거나 어릴 때 외국어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법하다. 왜 한국사람보다 네덜란드나 독일사람들이 영어를 수월하게 배우는지, 같은 교육을 받는데도 왜 외국어를 습득하는 능력의 개인차가 이토록 큰 것인지 등의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책에 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언어학, 아동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 아이들이 모방과 학습 방법으로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인 언어능력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다는 저자의 결론도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이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하거나 단어와 문장구조를 자유롭게 변주한다. 이런 사례는 어른의 말을 따라 하는 학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사춘기를 넘어서면 외국어습득 능력이 급격하게 정체된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소개한다. 연구에 따르면 17세를 넘기면 외국어습득 능력은 30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되도록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 모국어의 기초가 잘 형성되고 다른 언어에 충분히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다중 언어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구사 능력만을 배우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인지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강조하는 건 ‘적극적 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있는 태도 말이다. 더불어 저자는 부모는 아이들이 ‘틀리는 것’에 겁먹지 않고 씩씩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295쪽, 1만85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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