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걸쳐 번역 지난달 펴내
라이프치히도서전 출품돼 호평
한국 현대문학에서 디아스포라(이산)의 문제를 처음 본격적으로 다룬 안수길(1911∼1977)의 장편소설 ‘북간도’(1967·위 사진)가 독일에서 번역돼 지난달 출간됐다. 번역은 국내 독문학계의 원로이자 안수길의 사촌동생인 안인길(82·아래 사진) 중앙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6년여에 걸쳐 완결했다.
안 명예교수는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1∼24일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 ‘북간도’ 번역본이 출품돼 예상 밖의 호평과 관심을 모아 놀랐다”고 말했다. 책을 펴낸 곳은 독일 튀빙겐에 있는 ‘콘쿠르스부흐 페라그 클라우디아 게르케’라는 긴 이름의 출판사. 안 명예교수는 앞서 2003년 ‘제3 인간형’ 등이 포함된 안수길 단편집 ‘어떤 연애’와 2011년 장편 ‘통로’를 번역, 출간한 바 있다. 안 명예교수는 “단편집 출간 당시 독일의 유력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가 ‘분단된 민족의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호평했고 출판사 측도 작가에게 더 관심을 갖게 돼 이후 장편 ‘통로’와 이번에 ‘북간도’의 번역출간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는 “분단과 디아스포라의 정서에서 안수길의 소설이 독일인들에게 공감대를 갖게 한 것 같다”면서 “근래 유럽이 아랍권의 난민 문제 등으로 여론이 분열돼 있는 가운데, ‘북간도’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이 압제를 피해 이주한 이야기여서 독일의 최근 고민과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번역본이 우리말 발음대로 ‘북간도’(Buk Gan Do)란 제목을 단 것도 흥미롭다. 안 명예교수는 “당초 독일 독자들의 이해가 쉽도록 ‘동(東) 중국의 한국인 커뮤니티’라는 다소 설명적인 제목을 붙였으나, ‘북간도’는 안수길의 또 다른 이름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제 말을 듣고 출판사에서 발음 그대로 내기로 결정했다”며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는 “사촌 형님인 안수길은 서라벌예대 문창과 교수로 있으면서 최인훈을 비롯해 유현종, 남정현, 이광복 등 수많은 제자를 등단시켰고, 늘 주변에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만큼 좋은 인품을 지녔었다”고 회고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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