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스 사보임·이메일 법안제출·병상 결재도 ‘초유’

- 충돌이 빚은 불명예 기록들

국회門 파손한 주체에 대해
與·방호과 서로 “우린 아냐”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지난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 만에 ‘동물국회’ ‘폭력국회’의 구태가 재연됐다.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자유한국당은 26일 선거제 개편안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은 전날(25일)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과정 등에서 수차례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 멱살잡이, 밀고 당기기 등이 난무했다. 여야가 이처럼 낯부끄러운 행태를 보인 것은 2012년 개정 국회법, 즉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된 이후 처음이다.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25일 오후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국회법 제143조는 ‘회기 중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의장은 국회 안에서 경호권을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호권은 국회에서 의장만 행사할 수 있으며, 행사 범위는 국회 경내와 건물이다. 상임위원장도 발동할 수 있고 행사 범위가 국회 본회의장 또는 상임위 회의장에 국한되는 질서유지권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문 의장은 이날 충돌이 벌어진 곳이 회의장이 아닌 국회 사무처 사무실인 점을 감안해 경호권을 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팩스 사·보임(위원 교체)과 이메일 법안제출, 국회의장의 병상 결재 등의 상황도 벌어졌다. 바른미래당은 25일 오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제출했다. 바른정당계 유승민 의원 등이 의사과 앞에서 인편으로 신청서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버티자 우회 경로를 택한 것이다.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문 의장은 국회 의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례적으로 병상 결재를 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소속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하는 신청안도 팩스 접수와 병상 결재로 처리됐다.

한편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은 26일 새벽 일명 배척(일명 빠루)과 장도리에 의해 국회 의안과 문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 측의 소행이라고 규탄했지만,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의 불법적 회의 방해로 의장의 경호권 발동에 따라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며 “민주당 관계자와는 일절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방호과 관계자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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