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집단과 개인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조정해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유권자들을 대표해 최선을 다해 협상하지만, 끝내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로 처리하게 된다. 국회법은 그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규정이 취지대로 준수되지 않으면 협상의 룰이 깨지고, 국회는 갈등 해결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난장판으로 금방 바뀌게 된다. 지금 국회가 바로 그런 모양새다.

4월 마지막 주말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에 적용될 ‘게임의 룰’, 의회민주주의 정상 작동을 위한 ‘절차의 룰’이 모두 내팽개쳐지고 있다. 선거법 등 3개 ‘코드’ 안건 패스트트랙에 합작한 ‘범여 4당’과 이에 격렬히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충돌은 개탄스럽다. 인과관계를 따지면 서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적 절차까지 동원해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책임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찬 대표는 26일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확신범의 종말이 어디인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을 비판하기 위한 발언이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겠다는 결의, 여당이 절대로 옳다는 독선까지 짚인다. 이런 인식은 민주화 투쟁 시기엔 몰라도,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통할 수 없다. 타협을 저해하는 반(反)민주적이고 반의회적인 발상일 뿐이다.

국회의 공정한 운영을 책임진 문희상 국회의장과, 원만한 의사 일정에 앞장서야 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25∼26일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이 평소에 밝혀왔던 의회민주주의자로서의 면모와도 거리가 멀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한 것은 불법이다. 국회의원을 ‘졸’로 여기는 처사도 된다. 거기에 더해 사·보임 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문 의장은 병상에서 허가하고, 법안은 이메일로 접수시키려 했다고 한다. 국회는 어려운 타협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 때문에 대면과 대화가 기본이다. 이런 식이면 의사당도 필요 없고, 휴대전화 메시지로 표결해도 될 것이다. 정세균 직전 국회의장이 의원 개인의 의사와 배치된다는 이유를 들어 사·보임을 정중히 거절한 전례라도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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