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폐쇄적이어서 불신 커
구속사유는 도표로 정리해야
다른 범죄도 순차적으로 공개
檢내부“범죄자들 기준 악용
수사에 비협조 가능성 우려”
대검 검찰미래위원회가 그동안 비공개했던 구속·구형 기준을 일반에 공개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사법 불신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반면 구속·구형 기준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검찰 내부의 우려도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검찰미래위원회(위원장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는 ‘검찰의 구속·구형 기준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검찰 사건처리기준 공개 권고문’을 지난 26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5번의 회의 만에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검찰은 조만간 검사와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검찰 사건처리기준 재정립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공개방안 등을 논의한다.
윤 위원장은 “그동안 폐쇄적으로 사건처리가 진행돼 국민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불필요한 법률비용을 쓴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처리기준을 공개해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우선 검찰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구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구형은 형사재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피고인의 형량을 요청하는 절차다. 검찰이 사건을 기소할 때 정식재판에 부칠 것인지, 약식명령(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지방법원에서 벌금·과료 또는 몰수형을 과하는 명령)을 청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인 ‘구공판 기준’은 추후에 공개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또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범죄부터 ‘구속 기준’이 공개된다. 검찰미래위원회는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구속 기준을 단계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추상적으로 규정된 ‘구속 사유’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도표 등으로 정리해 공개할 것도 요청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권고안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평검사는 “수십 년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구속·구형 기준을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수사 기관의 입장에서는 일부 범죄자가 공개된 구속·구형 기준을 악용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권고안이 반드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내규 등으로 정해 지키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