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길어질수록 종신연금의 중요성이 커진다. 예상외로 너무 오래 살았을 경우 보유자산이 바닥날 위험이 있는데, 종신연금은 수명에 관계없이 종신토록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적 연금 외의 민간 종신연금에 잘 가입하지 않는다. 좋은데도 가입자가 적은 이 현상을 학자들은 ‘연금 퍼즐(annuity puzzle)’이라 일컫는다.

종신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보험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민간 보험회사는 종신토록 연금 지급을 보장하므로 수명의 불확실성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에 연금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찍 죽으면 손해라고 생각하기에 이 보험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신연금을 늦은 나이에 받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 60세 정도를 연금을 수령할 나이로 생각하는데 이를 80세로 늦추는 것이다. 주택연금·국민연금·민간 종신연금의 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종신토록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연금을 받는 제도다. 연금 수령 연령에 따라 평생 받을 연금액이 달라진다. 만일 3억 원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 60세부터 주택연금을 받게 되면 월 6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70세부터 수령하면 월 90만 원으로 늘어나며, 80세부터 수령하면 월 145만 원으로 껑충 뛴다. 70세의 수령액은 60세에 비해 월 30만 원이 많은 데 비해, 80세의 수령액은 70세에 비해 월 55만 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80대에 사망할 확률이 높으니 연금을 늦게 받는 게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연금은 수익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지도 않게 오래 살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보험’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주택연금은 일찍 사망해 본인이 연금으로 쓴 금액과 그 대출이자를 합한 금액이 주택가격보다 적을 경우 주택가격과 사용금액의 차이를 상속해 주기에 일찍 사망한 데 대한 손해는 거의 없다.

현재 주택연금 수령자 평균연령은 72세이고, 평균 수령금액은 101만 원, 담보주택가격평균은 2억9000만 원이다.

국민연금은 수령 시기를 연기하면 1년을 미룰 때마다 7.2%씩 연금 수령액이 많아지니 최대 5년을 미룰 경우 36%를 더 받을 수 있다. 60세부터 국민연금 1200만 원(월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수급 시기를 65세로 5년 늦췄다고 하자. 매년 국민연금 지급액이 2%씩 상승한다고 하고 수령 연기로 매년 7.2% 상승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5년 뒤에는 189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사망할 때까지 1890만 원에서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이 증가한다. 60∼64세까지 못 받은 연금을 감안해 손익 분기점이 되는 나이를 계산해보면 75세가 된다. 85세까지 10년을 더 살았다면 8400만 원을, 20년을 더 살아 95세까지 살게 되면 1억8000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민간 종신연금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늦게 종신연금에 가입할수록 연금액은 더 많아진다. 연금 가입 후 일찍 사망하면 손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종신연금 개시 연령을 80세 정도로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장수시대에는 종신연금 활용전략이 중요하다.

보험료가 비싸다고 아예 연금을 들지 않는 것보다 연금수령 연령을 늦춰 놓는 것이 수명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