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에너지 전환 정책
의욕보다 기술력 확보 집중”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규명이 지연돼 업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ESS 기술에 대한 불신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 핵심인 재생에너지 확대는 ESS 없이는 불가능하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정책 의욕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ESS 기술력 확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전기·전력산업 분야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성패는 ESS 기술적 진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ESS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한계인 ‘간헐성’(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이다. 기존 석탄·원자력과 같은 기저발전과 달리 몇 kW 수준의 태양광·풍력 발전 등 다양한 규모의 발전시설이 가동될 재생에너지는 계통의 안정성이 생명이다. 들쑥날쑥한 전력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ESS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ESS 설치를 통해 전력망을 안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리 저장해 둔 전력을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사용해 전기 요금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에너지 신사업’ 주요 분야로 ESS를 꼽고 있다. 한전은 대규모 ESS 구축을 통해 계통 설비 안정화 등을 꾀하는 한편, ESS 렌털·공유 사업 등 신규 사업 모델도 한창 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력 다소비 고객을 대상으로 한 ESS 관련 사업은 수요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엔 국내 ESS 기술력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간척지 등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풍력·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에 맞게 ESS도 기술적 진보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국내의 현실이다. 당장 일부 풍력 발전의 보완설비로 돼 있는 ESS 화재 원인도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기술에 대한 불신만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상의 재생에너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ESS의 기술적 진보가 수반돼야 한다”며 “이번 일련의 사태를 통해 ESS 분야는 기술력 제고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도 함께 얻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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