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 호건은 “골프 스코어 향상을 위해 이미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스윙과 골프코스의 특징을 이미지화하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반 골퍼들의 경우를 보면 그럴 겨를이 없다. 골프장에 30분 전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제일 빨리 나오는 음식을 급하게 먹은 뒤 골프카트로 뛰어간다. 체조는 생략하고 장갑을 대충 낀 손에 드라이버를 받아들고는 무작정 샷을 날린다. 7할 이상은 원하는 샷이 안 나오며, 심지어 방향과 거리가 엉망일 때가 많다. 당연한 결과다. 골프는 결코 전쟁이 아니다. 오로지 핀만 바라보고 샷을 날리며 달려가는 것이 골프를 치는 이유인지 묻고 싶다.
지인 중 한 분은 골프장에 가기 전 항상 코스에 대한 정보와 홀 구성 등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 넉넉하게 도착한 후에는 먼저 코스 전체를 관망한 뒤 연습그린에서 스피드를 체크하고 쇼트게임을 살핀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통해 마음을 가라앉힌 후 필드에 나가 상상했던 홀과 비교하면서 골프를 즐긴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7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 비결이 골프를 이미지화했기 때문이다. 골프 이미지는 스윙과 공략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신의 완벽한 스윙, 그리고 홀 구성과 공략을 상상하면서 샷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많은 이미지가 모이면 이미저리(imagery)가 된다. 이미저리는 이미지군(群)으로 골프 스코어에 영향을 주며 라운드 만족도를 배가시킨다. 주변 골퍼 중 유난히 코스에 대한 기억력이 뛰어난 분이 있는 반면 코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분도 있다. 상상하지 않고 이미지화하지 않아서다. 홀 주변에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피어도 이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냥 풀일 뿐이다. 이미지는 정신, 비유, 상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골프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정신적 이미지다. 정신적 이미지에는 오감이 있다. 시각, 미각, 촉각, 후각, 청각을 모두 지닌 것이 바로 골프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랜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상상력이 남아 있는 한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의 완성도 마찬가지다. 상상력이 있는 한 골프는 계속 발전할 것이기에….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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