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인력과 예산에서 나와
경찰력 약화 수반되게 조정을”

檢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엔
“조정안 중 가장 동감” 호평


정부·여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이후 법원 안팎에서도 전반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선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수사권 조정안 가운데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급으로 강등시키는 방안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3일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찰력 약화가 수반되지 않은 수사권 조정안으로 인해 국민·국가가 입을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공수처나 검찰에 비해 인력도 훨씬 많고 기능면에서도 수사뿐 아니라 정보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다”면서 “권력은 법조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력과 예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대해진 경찰력을 약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지금 조정안으론 검찰 힘만 빼고 경찰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전혀 막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검사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 법관은 “경찰력 비대화는 절대 반대하지만, 조서가 ‘꾸밀 조’라는 비아냥을 듣는 마당에 검경 조서의 증거능력을 모두 제한해 법정에서 진검승부를 겨루게 하는 방안에는 동감한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법정에서 이뤄지는 증인신문도 예전에는 조서로 요약하다가 법을 개정해 속기록으로 남겨두고 있어 생생한 문답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준다”면서 “검찰 조사실에서 이뤄지는 신문부터 영상녹화나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에 검사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조항에 대해 위헌심사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신문을 끝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사를 요청할지 검토 중이다. 관련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5년 5대 4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시 권성 헌법재판관 등 4명은 소수의견에서 “검사 피신조서에 우월적 지위를 주기 위해 모호한 가중 요건을 규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검사가 행하는 피의자신문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입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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