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이주열 ‘피지 아세안+3’ 충돌

洪 “IMF 등 금융통화정책 완화 권고”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 시사

李, 하루전 간담회서 “인하 고려 안해”
“예산 효율적 집행해야”… 우회적 일침


‘홍남기 대(對) 이주열!’

홍남기(왼쪽 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피지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했다.

재정정책의 사령탑인 홍 부총리는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시사한 반면, 통화정책의 수장인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공세를 방어하며 정부에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역공(逆攻)을 펼치는 모습이다.

3일 경제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통화 정책에 대해) 말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지난번에 왔을 때 재정뿐만 아니라 금융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로 가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3 거시경제감시기구(AMRO)도 역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완화적 기조로 가라고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IMF나 AMRO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29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금리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세종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가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홍 부총리의 기자간담회 하루 전인 1일 피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로써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올해 정부 예산은 총지출 증가율이 9.5%로 확장적 수준이며, 이럴 때 정부는 기존 예산이 계획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기준금리 인하 얘기는 하지 말고, 재정 집행이나 효율적으로 하라”고 우회적으로 ‘일침’을 놓은 셈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기재부 전망치(2.6∼2.7%)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추경 카드를 써 버린 정부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한은의 카드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두 기관의 신경전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세영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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