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場’을 ‘정해진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간 더 여는 장’이나 ‘길가에 물건을 임시로 벌여 놓고 파는 장’을 뜻하는 ‘난장(-場)’과 동일시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난장(-場)’의 ‘난’은 한자 ‘亂’이 아니라 동사 ‘나다(出)’의 관형사형이기 때문이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북한에서 ‘란장(亂場)’과 ‘난장(-場)’을 엄격히 구별해 표기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亂場’과 ‘난장’은 출발이 다른 단어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8세기 이후의 ‘조선왕조실록’이나 여러 문집 등을 보면 ‘亂場’이 ‘과거장(科擧場)의 소란’과 관련된 기록에 자주 나오며, ‘과거장을 어지럽게 함’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亂場’은 단어화하면서 ‘어지러운 과거장’이라는 의미로 변한다. 이 같은 의미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조선 후기의 과거장이 매우 무질서하고 난잡했기 때문이다. 과거장에 들어온 유생들이 마구 떠들어댔고 또 그들을 시중하기 위해 들어온 노비, 호위하기 위해 들어온 무사, 심지어 부정행위를 돕기 위해 들어온 추잡한 무리까지 뒤섞여 법석을 떨었으니 과거장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문란했을지 짐작이 간다.
‘어지러운 과거장’을 뜻하는 ‘난장(亂場)’은 이것이 갖는 ‘소란스러움’ ‘혼란’ 등과 같은 의미 특성을 토대로 ‘여러 사람이 뒤섞여 떠들어 대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 또는 그런 상태’라는 의미로 변한다. 이러한 의미의 ‘난장’에 ‘판’을 덧붙인 어형이 ‘난장판’이다. 물론 ‘난장판’은 ‘난장’과 ‘난판(亂-)’이 뒤섞인 어형일 수도 있다. 현재 ‘난장, 난판, 난장판’, 그리고 ‘깍두기판’이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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