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공공기관의 재무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를 보면 339개 공공기관의 2018년 당기 순이익 총계는 1조1000억 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2016년의 15조4000억 원, 2017년의 7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아찔한 추락이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공공기관 부채는 2013년 이후 지속된 감소 추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심각한 침체 상황인데도 임직원이 1년 새 10.5% 늘어나는 비정상도 연출됐다.

탈원전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락을 선도했다. 상장회사인 한국전력의 지분 51%는 정부와 산업은행 소유다. 잔여 지분은 국민연금과 외국인 및 소액주주에 분산돼 있는데, 탈원전 때문에 막대한 주가 하락 손실을 본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 전력 기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료가 인상되면 국내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서민 가구의 전기료 부담은 커진다.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보험료 인상도 골칫거리다.

정치적 목적으로 공기업을 끌어들인 나쁜 선례는 이명박 정부가 먼저 남겼다.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자원공사와 LH공사 재무 구조는 엉망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인상과 노동 및 출자 규제 강화로 투자 위축과 민간 일자리 감소가 초래되자 정부는 공공기관에 신규 채용을 강요했다. 공공기관이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청년고용을 늘리는 것은 다급하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과거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드라이브로 인해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임직원 연령 구조가 엉망이 됐다. 정상적 삼각 플라스크 모양에서 이탈해 중간은 퉁퉁하고 아래는 좁은 항아리 모양으로 뒤틀렸다. 업무 승계도 부자연스럽고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춘 경영 혁신도 어려워졌다. 문 정부의 신규 채용 방침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적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대국민 서비스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

시장형 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해 공공기관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민영화특별법에 따라 KT와 KT&G는 지배주주 없는 주식 분산을 끝냈고, 한국중공업은 두산그룹에 매각함으로써 민영화를 마무리했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초기에 철도와 전력 민영화에 나섰으나 노동계 중심의 반대에 부닥치자 일찍 포기했다. 그 후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민영화는 정치권의 금기어가 됐다.

영국병이라는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만큼 공공부문 비효율이 심각했던 상황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는 1979년에 전기·가스·통신·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영국 경제의 활로를 뚫었다. 시장형 공기업은 민영화가 옳은 방향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남은 지분은 속히 처분하고,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민영화 작업도 재개해야 한다. 조선업 위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동분서주했지만 막대한 국고가 낭비됐다. 시장이 해결할 문제를 국책은행이 나섰다가 국고를 허비한 것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채용 확대로 실업을 감추려는 미봉책은 버려야 한다. 법인세는 경쟁국 수준에 맞춰 내리고 규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해외로 이전한 우리 기업의 귀환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기업가의 사기를 북돋워 투자와 고용 창출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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