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학논문만 1년 4만4000편
의사 1명 소화해내기엔 역부족
AI, 축적된 논문·빅데이터 분석
치료법 추천…의사판단에 도움
영상의학AI,CT·MRI 등 분석
인간 의사보다 정교하게 판독
24시간 생체정보 수집 AI 등장
신체 부착 기기서 데이터 받아
질병위험 예측·경고 등 서비스
현대 의학의 키워드는 ‘4P’로 요약된다. 예방·예측·정밀·참여(Preventive·Predictive·Precise·Participatory)형 의학을 말한다. 사후 치료보다는 사전 예방을, 이를 위해 정확한 사전예측을 필요로 한다. 또 발병하면 과거처럼 폭넓은 환자를 겨냥한 범용의료 기술이 아니라, 유도탄처럼 개인맞춤형(personalized) 정밀 타격을 노린다. 또 의사 독단에서 벗어나 진단과 치료의 전 과정에 환자를 참여시키는 민주화된 의료행위를 요구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이 바로 의료 인공지능(AI)이다. 의료 AI는 병원 진료와 일상생활의 예방의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전자의무(醫務)기록(EMR)과 생활 생체신호란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분석하고, 나아가 적절한 투약·치료와 건강관리 등 인간 의사와 환자를 보조할 최적의 추천안을 제시해준다. 의료 AI가 4P 의학에서 두뇌이자, 관제탑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왜 의료 AI인가 = 인간이 처리 불가능한 의료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의료 전문지식은 현대 교육체계에서도 10년 이상의 긴 습득 기간을 요한다. 의대 예·본과 6년과 인턴·레지던트 5년의 집중학습은 기본이고,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의료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감당해야 할 의학 지식의 양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의료 데이터를 인간이 아닌 기계가 학습하고 이를 요약해 제시해야 관리 가능한 게 현실이다. 의료 AI ‘왓슨 온콜로지(종양학)’를 개발한 미국 IBM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년간 발표된 종양학 논문만 4만4000편, 매일 122편꼴에 달한다.
인간 의사가 10분에 한 편씩 논문을 읽어도 주말 없이 매일 20시간 이상 읽어야 따라갈 수 있는 양이다. 한마디로 모든 자료를 검토하기 불가능하다. 영상의학이나 약물예측 분야에서도 인간이 미처 볼 수 없거나 분석하기 힘든 빅데이터를 AI는 순식간에 처리해 1차 결론을 내놓는다.
인간은 AI가 추린 요약 또는 심층 보고서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면 된다. 또 기계는 365일 쉬지 않고 생체신호를 수집, 분석한다. 심장마비 징후가 있는 위험환자를 하루 전에 의료진에 알려줘 미리 중환자실로 이송하는 심정지 예측 AI가 국내 벤처 뷰노와 세종병원 공동 개발로 벌써 실전에 투입돼 있다.
◇의료 AI는 무엇을 할 수 있나 =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에 따르면 의료 AI는 세 종류로 나뉜다. 복잡한 의료 데이터에서 의학적 통찰을 도출하는 AI, 이미지 형식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판독하는 AI, 연속적 의료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질병을 예측하는 AI다.
첫 번째 유형은 IBM의 왓슨처럼 인간 의사의 초기 판단을 돕는 AI 의사 조수다.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진단 단계에서만 쓰인다. 치료법을 추천하긴 하지만 책임을 질 수 없어 최종 판단은 인간 의사에게 맡겨져 있다. 법률 AI 등 다른 분야에서도 기본이 되고, ‘생각하는 기계’에 가장 가까운 AI 유형이다. 신생아 패혈증, 심장병 부정맥·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병증을 사전에 예측하는 AI도 비슷하다.
두 번째 유형인 영상의학 AI도 크게 보면 위에 포함되지만 이미지 분석에 주력하는 점이 다르다. 영상의학에서 AI의 활약이 제일 두드러지기 때문에 따로 분류한 것이다.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방대한 영상자료를 읽고 병의 징후를 알아낸다.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해낸 기록이 점점 쌓이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애플워치, 핏빗 같은 신체부착형 전자기기에서 수집된 생체정보로 건강 상태와 질병 위험을 사전에 경고·예측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관리해주는 IBM ‘슈거 아이큐’ 같은 종류다.
앞의 두 유형이 병원 내 의료개혁이라면 헬스케어는 ‘내 손 위의 병원’이다. 의료 서비스가 병원이란 특정 시공을 벗어나 24시간 나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세 가지 유형 외에 약물 설계와 약물특성 예측, 유전체 분석, 신약 개발 등에도 AI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 ‘인공지능 최전선’ 시리즈 기사의 뒷이야기와 자료집, 독자 토론방 등은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neutrino2020)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nokija111)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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