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기업 행보에도 싸늘한 반응

김상조, 23일쯤 그룹대표 만남
정부 각료들-기업 접촉 잇따라

재계·경제 전문가 “기대 안해”
“면담·투자지원 그쳐선 안되고
경제정책 기조 전환 등을 통해
정책적인 친기업 명확히 해야”

“靑 경제참모진 전문성 결여돼
취임 2주년 기점 교체 고민을”


문재인 정부가 삼성전자의 비(非)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 투자 및 육성을 계기로 ‘친기업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경제계의 반응이 싸늘하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자 정부가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국인데, 경제전문가들은 “청와대 경제 참모진의 쇄신과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 없이는 무용론에 그칠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구체성이 결여된 ‘립서비스성’ 이벤트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경제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정부 각료들의 기업 접촉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취임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7차례 만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과도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오는 23일쯤 한진, CJ, 부영, LS, 대림 등 재계 11~30위 그룹 대표를 만난다. 공정위는 기업 운영에 따른 고충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등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자유롭게 수렴하는 자리라고 예고했다. 재계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이) 삼성전자 방문처럼 앞으로 매월 정례적으로 대표 업종과 간판 기업 현장을 찾아 투자확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행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면담과 투자 약속에 그쳐서는 경제 체질의 전환과 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며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회동 직후인 지난 2일 사회원로 초청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제대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고용주도성장으로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단순한 만남보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친기업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모습은 ‘유체이탈’과 다름없다”며 “중국 자본이 투자한 제주 영리병원의 조건부 허가를 강성 노동계 압력에 못 이겨 철회한 것이나 대한항공 사태를 보면 정부의 친기업 행보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전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위원)는 “정부 주도의 관치성 경제정책 추진은 당연히 지원, 육성, 규제가 동시에 이뤄짐으로써 규제를 제대로 풀 수 없게 되고 전시성으로 흐르게 된다”며 “청와대 경제 참모들의 전문성 결여, 체계적·종합적 판단 능력의 미비로 정책의 허점이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으므로 취임 2주년을 기점으로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경제정책 성과가 없다보니 정부의 초조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력과 의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조급증 때문에 정책적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대기업 총수 등과 만나면, 쇼 위주라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종·이은지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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