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비종 마을의 만종 같은 / 저녁 종소리가 / 천도복숭아 빛깔로 / 포구를 물들일 때 / 하루치의 이삭을 주신 / 모르는 분을 위해 / 무릎 꿇어 개펄에 입 맞추는 / 간절함이여 / 거룩하여라 / 호미 든 아낙네의 옆모습.” 시인 이가림의 짧은 시 ‘바지락 줍는 사람들’에선 바지락이 드러나지 않는다. ‘바지락’을 ‘이삭’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바지락은 캐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라 묘사했다. 그만큼 흔한 조개다.
그의 시 ‘바지락 나비’에서 바지락은 인간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뒤 하늘로 하늘하늘 날아오른다. 실제로 껍데기를 펼친 바지락은 나비를 많이 닮았다.
굴·홍합 다음으로 흔해서 ‘서민의 조개’로 통하는 바지락은 이름부터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개펄을 지날 때 발밑에서 조개 밟히는 소리가 ‘바지락바지락’ 난다 해서 바지락이다. 개펄에서 바지락을 호미로 긁을 때도 ‘바지락’ 소리가 들린다.
반지락이라고도 불리는 바지락은 백합과 조개에 속한다. 대개 모래·진흙이 섞인 바닷가에서 채취된다. 한국·일본 등 온대성 바다는 물론, 미국 북서부 등 찬 바다에서도 발견된다. 껍데기는 보통 길이로 4㎝, 높이로는 3㎝까지 자란다. 길이가 6㎝에 이르는 것도 있다. 속살은 흰색이 대부분이나 보라색인 것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바지락을 가자미와 함께 5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했다. 제철은 3∼5월이다. 이때 속살이 탱탱하게 찬다. 7∼8월에 있을 산란을 대비해 해수(海水)의 유기물을 흡수하고 자라는 시기여서다. 6월이 지나 장마철이 오면 젓갈용으로나 쓰인다. 여름 바지락은 ‘속 빈 강정’이어서 “오뉴월 땡볕의 바지락 풍년”이란 속담도 있다. 음력 오뉴월에 수온이 오르면 껍데기가 아주 커져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차 있지 않아 실제 먹을 것이 별로 없는 ‘빛 좋은 개살구’란 뜻이다.
산란기의 바지락은 개펄에 흘러드는 각종 오염원에 대한 천연정화조 역할을 해 독소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영양적으론 저열량(100g당 68㎉)·저지방(0.8g)·고단백 식품(11.5g)이다. 바지락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타우린은 애주가에게 유익한 성분이다. 술 마실 때나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할 때 바지락 국물을 마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바지락 100g당 타우린이 1500㎎이나 들어 있다. 조개류 중에선 전복·소라 다음으로 많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간의 해독을 도우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다. 시력 개선·피로 해소에도 이롭다. 피로 해소제로 시판 중인 일부 드링크 제품에 타우린이 함유된 것은 그래서다. 타우린은 수용성(水溶性)이어서 바지락을 구우면 30%, 삶거나 끓이면 50%까지 줄어든다.
바지락은 껍데기가 두껍고 볼록한 것이 상품이다. 껍데기 색이 갈색에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것이 신선하다. 해감 전에 바지락을 손으로 만졌을 때 입을 벌린 상태이거나 소금물에 담그거나 익혀도 입을 벌리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므로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요리에 사용하기 전에 모래를 토하게 해야 한다.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의 소금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 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