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도 레이건 전략 필요 문 정권은 힘 배제한 평화 집착 외려 김정은에 배워야 할 상황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하면, 일단 그 웅장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태평양에 인접한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의 12만 평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기념관에서는 동서남북으로 지평선과 수평선이 보인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 방탄 리무진 및 경호 차량, 베를린 장벽이 실내에 전시돼 있다. 그러나 레이건 기념관이 역대 미국 대통령 기념관 가운데 방문객 수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해 인류 역사상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레이건의 통찰력과 비전, 이를 실현했던 구체적인 정책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힘을 통한 평화’ ‘기업을 통한 번영’을 추구했다. 외교·안보에서 레이건은 우선 적과 동지부터 명확히 구분했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원칙을 따르는 국가는 동맹으로 삼았고, 이를 위협하는 공산국들은 과감하게 ‘악’과 ‘적’으로 규정했다. 레이건은 리처드 닉슨·제럴드 포드·지미 카터 등 앞선 세 대통령이 소련과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구한 것이 오히려 공산주의자들에게 무력 증강과 민주 정부를 전복할 기회를 내준 것으로 믿었다. 레이건은 육·해·공군 실전 훈련을 강화하고, 리비아·니카라과·그라나다 등 분쟁 지역에서 소극적 봉쇄나 관여 대신 적극적 군사 작전을 펼쳤으며, 전략방어계획(SDI)을 통해 소련과의 전선을 우주로 확대했다. 공산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경제 기반이 무너진 소련이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소련은 해체되고 공산주의로부터의 위협은 대부분 종식됐다.
레이건은 당시 일본과 서독의 제조업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던 미 기업들의 힘도 회복시켰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예산 삭감, 소득세 인하,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레이거노믹스’는 한마디로 친기업 정책이었다. 군비 증강 등으로 재정적자 폭이 커지자 1985년 플라자 협정을 통해 강제로 일본 엔·서독 마르크를 평가절상해 무역수지를 개선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경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이나 이론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레이건 임기 말 미국은 평화기 최장의 호황을 누렸다.
안보도, 경제도 실패한 소련 공산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은 공산국가조차 금기시했던 권력 세습까지 감행한 끝에 최악의 인권탄압국, 경제파탄국으로 전락했다. 김일성·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핵·미사일 공갈로 세습 독재 체제를 끌고 가려 한다.
역사를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의 지혜를 얻으려 한다면, 레이건의 전략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역대 한국의 보수 정권은 대체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했고, 그 결과 분단 당시 크게 뒤졌던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게 됐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목함지뢰를 설치하는 도발을 하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으며, 이에 북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레이건의 교훈은 사라졌다. 문 정권은 실체(힘)가 사라지고 구호(평화)만 남은 대북 유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목구멍’ ‘오지랖’ ‘제정신’ 모욕을 줘도, ‘미사일’ 도발을 해도 별것 아닌 듯 감싸주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군(軍)의 ‘솔선수범’이다. 오히려 힘을 통한 평화를 들고나온 것은 김정은이다. 그는 지난 4일 원산 북쪽 호도반도에서 1년 5개월 만의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면서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군이 김정은에게 배워야 할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레이건 기념관도 다른 미국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출구에 기념품 매장이 있다. 백화점만큼 화려하고 여러 품목이 전시돼 있지만 가장 잘 팔리는 기념품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셔츠다. 레이건 기념관을 찾은 사람들은 평화와 번영이 ‘민족’이나 ‘선의’와 같은 추상적,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 기업 경쟁력을 통해 보장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