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 내용을 놓고 ‘같은 통화, 다른 발표’가 반복되면서 한·미 양국 간 간극과 시각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 통화를 포함해 북한 비핵화 주요 국면마다 공동 대응을 위해 21번에 걸쳐 통화했지만, 양측이 밝힌 통화 내용과 뉘앙스는 확연히 달랐다. 비핵화 대화와 협상 유지에 초점을 문 대통령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지난해 1월 4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8번째 통화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미국은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때였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백악관 발표에서는 ‘남북 대화’란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양 정상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해서 가하기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3월 1일 11번째 한·미 정상 통화에서도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분명하고 확고한 목표로 삼아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에 대해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CVID를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를 보내겠다고 전달했다’고 백악관 발표에는 없는 내용을 소개했다. 같은 해 9월 4일 우리 정부의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전날 이뤄진 18번째 한·미 정상 통화에서도 온도 차는 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발전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성과를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을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근 진행된 국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