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의 수사권 분쟁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맞물려서다. 검찰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검찰 권한 축소를 주장하는 청와대가 경찰을 대신해 검찰을 상대하는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 3당과 함께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1일 이를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수사권조정안의 최종적 선택은 입법자의 몫”이라고 일갈하면서 검찰의 내부 반발은 더욱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70여 년에 걸친 검경 수사권 분쟁 = 검경 수사권 조정은 광복 직후 미군정 당시부터 이어져 온 주제다. 올해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제 개편과 수사권 조정이 일괄 추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미군정 초기인 1945년 12월 29일 미군정청의 법무국 검사에 대한 훈령 제3호는 검사에게 기소와 공소 유지 권한을, 수사권은 경찰에게 부여했으나 곧 검찰을 비롯한 법률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으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신군부 집권기 경찰의 수사권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1989년 3월엔 전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대한경우회가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일간지 광고면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8년 3월 12일 연립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단순 경미 범죄에 한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2005년 취임한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지구에 없는 두 가지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한국 경찰의 수사권”이라며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엔 국회에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법률안이 통과되자 임기를 40여 일 남겨둔 김준규 검찰총장이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공룡 경찰’ 권한 제어가 쟁점 =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 자치경찰제를 비롯한 경찰개혁 여부다.
국회의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혐의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으로 제한했다. 경찰에는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주고 ‘경찰이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형사소송법 조항도 삭제했다. 지금은 검찰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고, 경찰은 모든 수사를 검찰에 송치해 검사 판단을 받아야 종결할 수 있다. 검찰은 “경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덮거나 잘못 처리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비판하지만, 경찰은 “경찰의 사건 불송치 시 사건 관계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송치하게 된다”며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정보 경찰 폐지,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개혁 실시 여부다. 검찰은 “국가 정보권을 독점한 경찰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견제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으로 부상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온 자치경찰제가 이번 패스트트랙 안건에서 빠지자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와 여당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거센 반발, 검찰과의 충돌까지 감행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문무일 총장 의견 제시 후 침묵해왔던 조국 민정수석까지 수사권 논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여당의 셈법대로라면 패스트트랙 법안은 빠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내년 3월에는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70여 년간의 해묵은 논쟁을 끝내고 실현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정부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경찰 권력 비대화 논란 등에 휩싸이며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