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나라 안팎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뭔가’를 발사, 1년6개월 만에 도발을 재개했다.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로 언급된 뭔가가 결국 ‘단거리 발사체’로 귀결되는 상황을 접하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북한을 대화의 장에 머물게 해야 하는가. 지나친 북한 감싸기는 북한을 오판케 하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기존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나아가 대북 제재와 별개로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고문이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게재됐다. 문 대통령은 ‘평범함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 종식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선언했다. 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 등 남북관계의 긍정적 사례들만을 언급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있기 전에 기고문이 보내졌다지만, 여당 원내대표의 상황 인식과 더불어 현실과 괴리된 시각이 걱정스럽다. 이쯤 되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용’ 단계를 지나 ‘유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유화 정책이 실패하는 것은 상대방의 현상 변경 의도를 간과해 상대방 요구 수용에 따른 역학 구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사 그 구도의 변화를 인지한다 하더라도 이를 시정할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직면해 속수무책인 정부의 대응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유화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역학 구도 변화, 즉 상대적 힘의 약화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의 의도, 즉 비핵화 의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함께 역학 구도에서 북한에 대한 힘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발사에 대해 예상과는 달리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도발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북한의 도발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일단 북한을 대화의 장에 묶어두고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 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민의 눈에 비친 우리 군(軍)의 모습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군의 강인한 이미지와 전투력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편하고 여유 있는 병영생활을 보여주는 군의 모습이 뉴스에 주로 등장한다. 주적(主敵)이 누군지 모호한 상황에서 병사들은 과연 총을 어디에다 겨누고 사격해야 하는가.

그 뭔가가 단거리 미사일이든 발사체든 모두 우리 국민에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도발이다. 김정은은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데, 우리는 ‘힘없는 평화’로 가는 것 아닌가. 이번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현 정부가 자랑해온 지난 1년간의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원점으로 돌리는 북한의 배신행위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북한이 대남용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해도 군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안보 위기에 국민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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