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어머니 / 데일 살왁 엮음, 정미현 옮김 / 빅북
셰익스피어 보며 생긴 궁금증
유명작가에 끼친 영향력 추적
오래 함께하며 맺은 유대감이
거대한 문학과 예술 탄생시켜
자식 향한 끝없는 애정 더불어
어긋난 사랑도 창작 원천 분석
어머니가 준 재능에 대한 반응
작가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나
책은 크게 다양한 저자들이 살펴본 꽤 분석적인 ‘위대한 작가와 그의 어머니’와 작가 자신이 쓴 자전적인 ‘나의 어머니’ 이야기로 이뤄진다. 어머니들은 현모양처부터 진짜 어머니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까지, 따뜻한 어머니부터 억압적인 어머니까지 다양하지만, 그 어떤 경우든 자신의 자녀인 위대한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미국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여성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투표권도 없던 시절에 소설 ‘작은 아씨들’로 명성을 얻은 선구자였다. 올컷의 어머니는 많은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오빠의 책을 빌려 보며 지식을 쌓은 현명한 여성이었다. 또한 그는 작가를 꿈꾸는 딸에게 “너는 커서 셰익스피어처럼 될 것”이라고 격려해준 따뜻한 어머니이기도 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은 올컷이 당시 성별과 사회적 한계를 극복하고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평생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휘트먼이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던 힘이었다. 영국의 시인 겸 필립 라킨은 수십 년간 어머니와 편지를 교환하며 상대방의 고뇌와 일상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였다.
반면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어머니는 아흔 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들과 함께 살며 지독하게 일상을 통제했다. 러스킨은 평생 예술, 문학, 사회,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 250여 편이란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이 책은 러스킨이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제대로 사교 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작에만 몰두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일랜드 출신 프랑스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는 어머니와 애증 관계였다. 베케트의 작품에 깔린 도발적이면서도 허무주의에 빠진 듯한 정서는 이 같은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로웰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회적 지위와 경력을 망가뜨리고 아들에게까지 무자비하게 굴었던 위압적인 여성이었다. 로웰은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평생 여러 여자를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았고, 이는 매우 감정적인 시어로 표출됐다. 자식을 향해 한 없는 애정을 드러내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자식을 무시하거나 무책임하게 저버린 비뚤어진 어머니도 창작의 원천이 된다는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작가가 쓴 자전적 어머니는 제삼자가 바라본 어머니보다 따뜻하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두 번째 장에 등장하는 작가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자녀가 재능을 꽃피우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자녀의 성장을 위해 이해심과 헌신을 보여준다. 해석 비평을 닮은 첫 번째 장과 달리 두 번째 장은 자전 소설에 가깝다. 그만큼 감정의 울림도 크다. 소설 ‘암스테르담’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소설가 이언 매큐언이 회상하는 어머니는 언제나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화법을 쓰는 여성이었다. 매큐언은 “자신의 문장이 어머니의 화법으로 비롯됐다”며 깊은 그리움을 드러낸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미국의 계관시인(국가나 왕실이 공식행사 때 시를 지어주기를 요청하는 시인)으로 활동했던 리타 도브는 “어머니가 포기해야 했던 미래가 자신”이라며 더 나은 성취를 위한 도전 의지를 다진다. 영국의 계관시인을 지낸 앤드루 모션은 “어머니가 나를 시의 세계로 인도했다”며 모든 중대사에 있어 자신의 편이 돼 줬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비행사 겸 작가인 리브 린드버그는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이 자신을 둘러싼 울타리였다”고 회상한다.
역자는 “어머니의 영향력에 반응한 태도와 방식이 작가마다 천차만별 서로 다른 삶을 그리는 원천”이라며 “누군가는 흔쾌히 모태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또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혹은 결사적으로 그것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지만 결국 자기 삶을 글로 빚어내는 작가로 살게 됐다는 공통분모 안에 묶인다”고 말했다. 고 박완서 작가가 남긴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란 말이 다시금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352쪽, 1만68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