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때 얼굴 빨개졌던 내가
이젠 동료와 소통하는법 배워
처음엔 긴장돼 27번 재촬영도”


“왜 ‘발연기’가 없었겠어요? 그때는 제가 유명하지 않으니까 저에게 관심이 별로 없어 몰랐던 거죠. 하하. 그러나 이제는 선배님, 감독님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박형식(28·사진)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 것은 2013년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 나왔을 때였다. 앳되고 순수해 보이는 젊은 청년이 군에 입대해 진짜 신병처럼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알고 보니 그는 아이돌계에서는 널리 이름을 알린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노래보다는 예능 ‘무한도전’ 출연으로 더 낯익은 황광희의 동료였다.

“아이돌 활동 중이고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저를 알아보는 분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짜 사나이’ 출연 섭외를 받았을 때 너무 좋았죠.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요.”

‘진짜 사나이’에서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아기 병사’란 별명을 얻은 그는 이후 노래보다 연기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상속자들’(2013), ‘가족끼리 왜이래’(2014) ‘상류사회’(2015) ‘화랑’(2016) ‘힘쎈여자 도봉순’(2017) ‘슈츠’(2018) 등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 을 했다. 그리고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첫 드라마 출연 때의 부끄러움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발연기’로 얼굴이 빨개졌고, 지금은 지워버리고 싶은 ‘흑역사’가 됐다.

“처음에 ‘바보 엄마’라는 드라마를 할 때였어요. 연기 선생님이 가르쳐준 연기를 거의 베끼다시피 외워서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다른 느낌으로 안 될까요’ 하시는 거예요. 그때 ‘멘붕’이 왔죠. 얼굴이 빨개지고, 스태프들이 온통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로 박형식은 연기 수업을 포기하고 먼저 대본과 씨름했다. 주인공이 왜 이런 대사를 하는지, 상대방은 무슨 뜻으로 저러는지를 읽고 또 읽었다. 알 듯 모를 듯 점점 감이 왔다. 드라마 ‘시리우스’(2013)를 계기로 손톱만 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 출연한 영화 ‘배심원들’은 군 입대(6월 10일 예정) 전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첫 장편영화다. 영화는 처음이어서 긴장했다. 그 때문에 촬영 초반 한 장면에서 무려 27번이나 재촬영을 하기도 했다. 또다시 절망에 빠지는 순간 선배 문소리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나는 이창동 감독님과 처음 영화 찍을 때 40∼50테이크씩 했어. 처음엔 다 그런 거야. 미안해하지 마.”

‘배심원들’에서 박형식이 맡은 역할은 8번 배심원. 배심원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소환된 청년사업가 권남우다. 처음엔 ‘아기 병사’처럼 어리둥절해하지만 재판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고 용기 있게 진실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배심원 권남우가 놀라고 당황하는 건 실제 제 모습일지도 몰라요. 기술 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제가 출연한 걸 보면서도 울컥하는 대목이 있었어요. ‘배심원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희망이 있는 영화 같아서 좋았습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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