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묵이지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묵묵히 기억하고 배움을 싫어하지 않고 사람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논어’ 술이(述而)편에 있는 공자의 말이다. 이 장에는 몇 가지 이설이 있다. ‘識’자를 ‘알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지만, 주희는 ‘기억하다’로 풀이하는 것이 더 옳다고 주석했다. 필자도 주희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 구절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묵묵히 간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두 구절은 다른 곳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공자가 평생 꾸준히 실천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주희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내게 있겠는가?”라고 겸손의 말로 풀이했는데, 역대 제가의 설을 보면 “내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로 풀이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공자는 인류의 여러 성인 중에서 누구보다도 배움에 열심이었던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물론 인격 수양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고전 학습도 크게 중시해 평생을 끝없이 공부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데 일생을 바쳤다. 중단 없는 배움과 아낌없는 가르침, 교사로서는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공자의 가르침 중에는 지금 관점에서 볼 때 낡은 부분도 많지만, 교육자로서 그의 면모는 언제나 귀감이 된다.

강단에 선 지 30년이 넘었지만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쑥스러워진다. 제대로 스승 노릇을 하려면 스스로 부단히 배우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남을 가르치는 일에 아낌없이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해가 갈수록 그것을 실천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서 모범을 보여준 사람이 있어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그를 배울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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