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지도자는 함부로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공(功)일지라도 타인에게 돌리고, 과(過)에 대해선 ‘내 탓’이라며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인다. 한 가정의 가장(家長)도, 국가의 최고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범 2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경제·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참담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남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의 원내대표는 공무원 탓, 문 대통령은 야당 탓, 과거 탓을 했다. 혹시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기 중반에 접어든 시점까지 그런 탓을 한다면 스스로 무능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취임 2주년 소회와 각오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기회와 혜택을 집중했던 특권경제의 익숙함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평등의 늪을 헤쳐 나올 수 없다”면서 “낡은 질서의 익숙함과 결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과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몰렸고,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불평등은 심화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생산·투자·고용 모두 침체 상태이고, 지난 1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되면서 지난 1년 간의 대북 접근법이 잘못됐음이 입증되고 있다. 북핵 폐기는 요원한데 잘못된 군사합의로 안보는 취약해졌다. 대화 지상주의와 평화 도그마야말로 낡은 이념의 잣대다. 야당을 향해선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긴다”고 공격했다. 툭하면 ‘부역자’라고 공격한 것은 누구인가. 문 대통령부터 ‘내 탓’을 인정해야 남은 3년의 국정 난맥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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