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기사·청소원 등 만원 버스
“文정부, 빈자들 위한다더니…
서민물가, 밀실서 결정 불쾌”
“400원 오르면 1년에 20만 원, 200원 오르면 10만 원 정도가 더 들어갑니다.”
15일 오전 4시. 어둠을 가르고 서울 강동 공영차고지를 출발해 동대문·종로·서대문 도심으로 향하는 370번 버스 안은 밤새워 운전대를 잡다가 귀가하는 대리운전기사와 빌딩 청소원,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들로 혼잡하기만 했다.
이날 서민들은 마음을 졸이면서 버스정류장에 나와야 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첫차 운행 중단을 불과 1시간 반 남겨 놓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하지 않았다면 발이 묶여 출근길이 막막해질 상황이었다. 요금이 크게 오른 택시를 타야 했다면 일당 중 상당 부분을 길가에 뿌려야 할 처지였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으로 촉발된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의 파업은 결국 버스 요금 및 임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 등의 방향으로 해결 가닥이 잡히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모(51) 씨는 “빈자를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결국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정책 실패를 ‘땜질’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식료품·외식 등 각종 물가가 죄다 오르는 데다, 최근에는 택시 요금, 기름값 등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 요금마저 오를 것이라는데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강성 노조 사이에서 서민만 ‘볼모’로 잡혀 있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양재역 주변 버스정류장으로 광역버스 5~6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유모(46) 씨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 3명이 요금 인상을 결정한 모습을 보니 밀실 협상이 이미 짜여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모(여·29) 씨는 “200~400원이란 인상액 자체보다 서민들에게 중요한 버스 요금 인상이 순식간에 결정됐다는 점이 더 불쾌하다”고 말했다.
서울, 부산, 인천 등 8개 지역에서는 버스 노사가 정부의 지원 발표에 따라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15일 오전 4시에 예고된 전면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글·사진 = 김성훈,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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