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고(故)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해방 직후 “일생 학자와 교육자로서 조국 건설에 이바지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연구실적을 많이 쌓고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평생의 지론”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상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정권에서 총리직을 제의했으나 한사코 거절했다.(김준엽 회고록, 장정(長征) 4). 사도(師道)의 표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대학교수는 최고의 지식인이자 지성인이며, 미래의 인재들을 길러낼 교육자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교수의 타락한 민낯은 교수 사회 전체를 욕보일 정도가 됐다. 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둔갑시킨 부정행위가 13일 대거 적발됐다. 50개 대학 전·현직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 주는 외국의 ‘사이비’ 학회에 참가한 교수도 500명이 넘는다. 연구비 4800만 원을 사용해 자녀가 유학 중인 미국 도시로 7차례나 출장, 국고를 탕진한 어느 교수는 최근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에 아들을 인턴으로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았는가 하면 위장 전입해 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한때 국립대 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모 교수는 최근 연구원 5명의 인건비 6000여만 원을 가로채고, 실험 기자재 납품업자와 짜고 허위 서류를 꾸며 4억 원 상당의 연구비를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국립대 교수는 연구참여 제자들의 인건비 7000만 원을 돌려받고, 연구실 캐비닛에 보관했다가 한국연구재단 감사팀에 적발되기도 했다.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점수를 조작해 준 입시부정 사건에서부터 제자 성추행과 교수 채용 비리까지 교수들의 범죄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은혜에 감사해야 하는 날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많은 교수가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일각의 파렴치한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성의 가면을 쓴 사이비 교수는 퇴출해야 마땅하다. 교수 사회의 폐쇄성, 서로 감싸주는 짬짜미에도 책임이 있다.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교수들 스스로 척결에 나서고, 명단 공개는 물론 사법 처리를 통해서라도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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