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4% “기후변화 중대위협”
대책 미뤄오던 집권 여당 곤혹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였던 호주가 심각한 가뭄으로 오히려 밀의 대량 수입을 결정했다. 약 100년 만에 최악의 기근을 불러온 가뭄이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는 주장과 맞물려 기후변화 대책 이슈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호주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 최대의 밀 소비기업인 마닐드라 그룹이 캐나다로부터 밀 수입을 결정했고, 호주 농림수산부도 이를 승인했다. 호주가 밀을 수입하기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퀸즐랜드 일부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2018∼2019년 겨울작물(밀·보리) 생산량이 지난 20년 평균 생산량 대비 20% 떨어진 총 2930만t에 불과할 전망이다. 특히 피해가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최대 90%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 2016∼2017년 기준 180억 호주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작물을 생산하는 호주 농산물업계가 타격을 입을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오는 18일 예정된 호주 총선에서도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며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정(연합)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호주 뉴스폴, 로이 모건, 에센셜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세 곳 모두 노동당 중심의 야당이 최종적으로 51∼52%를 득표해 연정(48∼49%)을 누르고 집권할 것으로 예상됐다. 총선 결과 예측의 최대 쟁점은 기후변화다. 호주 북부 섬 원주민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유엔에 진정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고, 호주 환경운동에 대한 시위 규모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농장 확대 및 소들이 내뿜는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농·목축업 종사자들조차 정부에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드니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기후변화는 향후 10년간 호주의 이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 중 1위에 올랐다. 조사 결과 성인 64%는 기후변화를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14년 18%보다 약 3배, 지난해에 비해서도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최근 계속되는 호주 여권 정치인들이 여성에 대한 ‘막말’로 여성 유권자들이 집권 연정에 등을 돌리는 등 여당에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투표 결과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지난해 7월 총리직에 오른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 총리 118년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가 될 전망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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