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실험적 작품들 무대
오랜 경영난 못견디고 폐관
1인극 ‘딸에게…’ 작별 공연


“제 나이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지요. 그러나 내년도 영국 런던에서의 영어 공연을 앞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 윤석화(63·사진) 씨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와 작별하는 공연으로 대표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선보인다. 윤 씨는 16일 오후 정미소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극 중 노래를 시연한다. 오는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02년 개관한 극장 정미소의 마지막 라인업이다. 윤 씨는 곧 사라질 공간에 대한 추억을 관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공연 테마를 ‘아듀! 정미소’로 기획했다.

정미소는 윤 씨와 건축가 장운규 씨가 뜻을 모아 목욕탕으로 쓰다 남겨진 3층짜리 폐건물을 사들인 후 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극장이다.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아 극장 이름을 정미소로 했다. 192석 규모의 이 소극장은 지난 17년간 실험적인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대학로를 상징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오래 지속해온 경영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돼 문화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윤 씨가 폐관작으로 무대에 올리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사춘기에 접어든 열두 살 딸에게 이제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말해주는 내용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 작품으로, 무대에서 배우 혼자 극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야 한다. 윤 씨는 1992년 연출가 임영웅 씨와 함께 극장 산울림에서 초연을 시도했고, 당시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10개월 동안 연속 공연을 이어갔다. 정미소 측은 “당시 분장실에서 공연 직전까지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공연을 강행했을 만큼 배우 윤석화의 근성과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기에 마지막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 연출은 연극 ‘레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등을 만든 김태훈 연출가가 맡았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맡았던 최재광 음악감독도 함께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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