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혹시 성함을 좀 알 수 있을까요?”

국내선 비행에서 한 승객이 찾아와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항공 승무원인데 칭송을 좀 써드리고 싶어서요.”

서비스하는 것도 음료밖에 없었고 비행 시간도 짧았기에 칭송을 받는다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었는데 같은 승무원이라고 하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그날 나는 기내 방송을 하면서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는 최근에 방송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오늘 방송을 들으면서 참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본인도 그렇게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아서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좋은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실제로 느껴지는 것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내 서비스나 방송이 다른 회사 승무원에게 자극이나 도움이 될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도 많이 있어서, 대화할 기회는 꽤 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오히려 더 생산적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지난해 영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는 영국항공 승무원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승무원들과 가까운 비상구 자리에 앉아 있었고, 비상시에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나 또한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바쁜 서비스 시간이 끝나고, 한 승무원이 찾아와 심심하면 뒤로 와서 이야기나 하자고 했다. 마침 무료하던 차에 구경도 하고 잘됐다며 신나게 뒤쪽에 있는 갤리로 향했다.

“너희 항공사는 기내식 다 무료야?”

그들은 당시의 가장 큰 화두를 나에게 던졌다. 유럽 대부분의 항공사가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고는 저가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영국항공 또한 바로 그날부터 기내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작은 투정에서 시작한 대화였지만, 서비스의 변화와 추세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비용항공(LCC)이 발달한 유럽 내에서 항공사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는 과도기로 보였다.

우리나라, 그리고 아시아 지역 또한 국내외 LCC들이 많은 노선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를 비롯한 기존의 항공사들도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갖게 했다. 아마 그때가 되면 나 또한 영국항공의 승무원들처럼 혼돈과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변화들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 또한 다른 승무원들과의 대화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작은 서비스 팁이나 승객을 대하는 방법에서도 조금씩 도움을 받기도 하고, 회사 매뉴얼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쟁이 아닌 공존과 상생으로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만남이 더 많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또 내일의 비행을 준비해 보려 한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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