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특허청장

우연한 행운, 혹은 뜻하지 않게 실험에 실패하면서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는 것을 ‘세런디피티(serendipity)’라 한다. 세런디피티가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발명 분야다. 배양 실험 중 푸른곰팡이를 혼입하는 실수를 하면서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해낸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 강력 접착제 개발 실패로 탄생한 물질이 되레 히트상품이 된 3M의 ‘포스트잇’이 대표적인 사례다.

범위를 더 넓혀 보자. 창고에서 중고 책을 팔던 경험에서 고안된 온라인 스토어 아마존(Amazon), 재미 삼아 만든 학생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SNS 페이스북(Facebook)도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무형의 플랫폼 발명 사례로 볼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숨겨진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행운이라는 점에서 세런디피티와 단순한 의미의 행운(Luck)은 차이가 있다.

국내 현실은 어떨까? 아쉽게도 세런디피티 사례가 터져 나오기엔 걸림돌이 적지 않다. 특히 가장 창의적인 발명과 아이디어가 빛나야 할 스타트업, 벤처 창업 시장마저도 실패와 도전을 용납지 않고 단기적 성과에 주력하는 풍조가 뿌리 깊다. 후발 주자들도 검증된 길을 따라가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창의적인 발명가와 기업이 날개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 한 해 지식재산권 출원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게 그 증표다. 벤처 창업 시장에서의 악전고투와 별개로, 전국 각지의 발명가와 기업이 자생적인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은 지난 3월 ‘지식재산 생태계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전 세계 4억여 건에 달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 산업 발전 방향과 경쟁력 확보 전략을 제시하고 스타트업, 벤처 기업의 창업 촉진을 위한 펀드 투자와 비용 감면,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발명가와 기업이 지식재산이라는 날개로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19일은 ‘제54회 발명의 날’이다. 1924년 한반도에 발명의 가치를 처음으로 알린 독립운동가 고(故) 김용관 선생을 비롯해 국내 산업 발전을 이끈 발명 유공자들의 업적을 되새기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용감히 도전 중인 이 시대 모든 발명가들을 응원한다. 발명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발명가들의 노력이 세계를 뒤흔들 세런디피티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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