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대전청사 15층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 요원들이 경기 양평군 용문면 야산의 산불 현장 진화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지난 14일 정부대전청사 15층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 요원들이 경기 양평군 용문면 야산의 산불 현장 진화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 가보니…

기후변화로 연중내내 산불
병해충·산사태 등도 ‘관리’

무인카메라·감시원 총동원
대형 모니터에 시선 고정
신고 즉시 헬기 출동 지시

인력 부족 사흘에 한번 철야
상황반장 과로 순직하기도
효과적 대응위해 충원 시급


지난 14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15층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 전국 산불 현장의 진화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상황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야산에서 산불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임원필 상황실장을 비롯한 4명의 상황실 요원들은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가로 6m, 세로 2m의 대형 상황실 모니터에 즉각 ‘산불 상황 관제시스템’이 가동됐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떠 신고자의 위치 등이 표출됐다. 현장의 숲 상태, 주변 송전탑 및 문화재 유무, 현장 기상 상황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제시스템이 산림청의 산림지리정보시스템(FGIS), 기상청의 기상정보시스템과 연계된 덕분이다. 관제 통신 업무를 맡은 박지환 주무관이 즉각 원주 산림항공본부 관제실로 출동지시를 내렸다. 11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산림 618호’ 카모프 헬기는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산불 현장을 중계했다. 다행히 이날 풍속이 2㎧ 정도여서 불길은 1시간여 만에 잡혔다.

전국의 산림재난을 감시하고 대응을 지휘하는 심장부인 산림재난 상황실은 연중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15일로 봄철 산불 특별대책 기간이 종료됐지만 24시간 운영은 계속된다. 요즘이면 산불의 기세가 수그러들기도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연중 일어나고 있어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림재난 상황실의 역할은 막중하다. 산불뿐 아니라 산사태, 산림 병해충 등 모든 산림 재난 대응을 위해 연중 가동된다. 지난달 강원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 시에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과 상황을 공유하면서 재해 대응을 공조한다. 시스템도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첨단급이다. 전국 산불감시원 1만3000여 명이 휴대한 GPS 단말기를 누르면 상황실 화면에 산불 위치가 표시된다. 전국의 산불 무인감시 카메라 1063대는 1대당 반경 10㎞, 3만㏊가량을 감시한다.

24시간 매의 눈으로 소중한 숲을 지키는 이들에게 애환이 없을 수 없다. 상황실 직원은 총 7명. 야간에도 2명이 다음날 새벽까지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겨우 6명의 인력이 2인 1조로 사흘에 하루씩 돌아가며 철야를 하는 3교대제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상황반장 김종길(54) 사무관이 과로로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한 격무에다 생체리듬을 깨는 24시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도로 높다. 임 상황실장은 “교대 근무인력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현재 3교대제를 4교대제로 개편하고 1년 이상 근무자는 타 부서로 전보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타 재난대응 기관 상황실의 경우 4교대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림재난종합상황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통신직 포함 최소 1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 보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현 상황반장은 “산불 현장 주민들로부터 산불을 조기에 진화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느끼는 보람도 크다. 하지만 고락을 같이했던 김 사무관이 순직했을 때는 정말 비통한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고락삼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산림재난상황실은 외국 산림 부서 공무원들이 부러워하는 최첨단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전국의 산림재해 현장을 지휘·통제하는 메인 컨트롤타워지만 인력 부족으로 최근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라면서 “인력과 시설 보강 등을 통해 산림재난에 더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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