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책 / 둥핑 지음, 이준식 옮김 / 글항아리

양명학을 창시한 중국 명나라 중기의 사상가인 왕양명(王陽明)이 숱한 전장을 누빈 명장이자, 애민정신을 실천했던 행정 관료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왕양명이란 한 인간의 삶을 치밀하게 파헤치면서 그의 사상과 철학을 재조명한다.

왕양명은 시대와 불화한 인물이었다. 당시 정권을 좌지우지하던 환관에 밉보인 그는 바지까지 내린 채 곤장을 맞다가 겨우 목숨을 건지고, 유배될 때엔 자객이 따라붙어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가르쳤으며 소수민족 주민을 돌보는 선정을 베푼다. 병법과 무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황제가 친정을 나설 정도로 골머리를 썩이게 하던 반란 세력을 소수의 병력으로 진압하는 탁월한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능력을 시기한 세력의 모함이 이어지지만, 그는 불합리하고 몰염치한 정치의 한복판에서도 학문을 놓지 않으며 자신의 사상 체계를 공고하게 다져나간다. 앎과 행동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그의 주장은 주자학 일색이던 동아시아에 새로운 학풍을 일으킨다. 이 책은 성인을 꿈꾸는 한 인간의 의지가 어떻게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332쪽, 1만6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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