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샷, 필드샷과 90% 똑같아
혼자서 스윙, 기량 향상에 큰 도움
작은 키에 드라이버 250m 펑펑
스크린서 10년간 2000게임 쳐
홀인원 없지만 이글은 10여 차례
G투어 참가 상금 600만원 벌어
버킷리스트 1번 ‘300야드 치기’
실수 샷 나와도 “잘못쳤네” 여유
개그맨 정명훈(41)의 골프 기량은 개그계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실력이다. 골프 구력 10년에 공인 핸디캡 5인 정명훈은 특히 170㎝도 안 되는 키로 드라이버를 250m나 보내는 장타자다.
지난 11일 인천 계양구 드림파크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정명훈을 만났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 아마추어 ‘셀럽’으로 출전해 첫날 경기를 마쳤다. 정명훈의 참가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 연습 라운드가 있었지만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 탓에 대회장에서 가까운 인천 영종도 숙소인 호텔 근처 스크린에서 새벽까지 연습했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 3월 개그맨 골프모임 참가 이후 두 번째 라운드였다. 한민규 프로와 팀을 이룬 정명훈은 첫날 6오버파 78타를 쳤다.
정명훈을 만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달변, 쾌활한 성격일 것이란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그는 묻는 얘기에만 답했다. ‘그런 성격으로 개그맨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조용히 듣다가 어쩌다 한두 마디를 던져 웃음을 빵 터트리게 하는 캐릭터로 먹고산다”고 설명했다. 정명훈은 군 복무 시절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제대 후 처음 응시한 개그맨 공채시험을 통과했다. 정명훈은 2001년 KBS 공채 16기로 합격한 19년 차다. 김병만, 정형돈이 정명훈보다 나이는 많지만 공채 기수로는 1년 후배. 정명훈의 주 무대인 개그콘서트는 오는 19일 10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정명훈은 2001년 169회부터 지금까지 640여 회 출연했다.
정명훈은 개그맨 생활이 8년 정도 지났을 무렵 골프에 입문했다. 30대에 접어들자 ‘골프 얘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단다. 정명훈은 사실 선배 권유로 골프클럽을 미리 사뒀지만 방송 스케줄,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여의치 않아 시작을 못 했다. 연습장에 갔더니 처음 만난 프로가 몸에 부착하는 교정기와 도구를 자신에게 끼워주며 연습하라고 했다. 몇 차례 해보니 답답해서 아예 연습장에 나가질 않았다. 대신 스크린골프를 통해 혼자서 스윙을 배웠다. 정명훈은 스크린에서 배운 골프 실력으로 필드에서 4년 만에 78타를 치더니 이듬해 이븐파, 그리고 6개월 더 지나 69타를 쳤다. 그는 “스크린골프는 기량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된다”며 “실제 필드에서도 90% 이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명훈의 베스트 스코어는 2개다. ‘필드’에서는 3언더파 69타, ‘스크린’에서는 무려 18언더파 54타. 필드에서 3언더파는 3차례나 쳤다. 경기 파주의 서서울CC에서 한 번, 경기 남양주시 해비치CC에서 두 번이나 기록했다. 페어웨이가 좁은 해비치에서는 드라이버 한번 잡지 않고 언더파를 쳤다. 정명훈은 “예전엔 드라이버를 빼놓고 치면 스코어가 더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거리를 조금 줄인 요즘엔 드라이버가 안정됐다. 정명훈은 필드에서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줄 때가 많다고. 동반자 4명 중 가장 단신이지만 가장 멀리 보내기 때문이다. 스윙을 조절하면 230m, 마음 놓고 휘두르면 250m는 충분히 보낸다고.
스크린 18언더파 54타는 5년 전 집 근처 스크린에서 경기 안산 제일CC를 세팅해놓고 쳤을 때 기록했다. 파 5홀에서는 이글 2개, 버디 12개, 파 4개를 잡았다. 그린에 올리면 거의 ‘원 퍼트’로 마무리했다. 정명훈은 스크린골프로 10년 동안 2000게임을 쳤단다. 입이 딱 벌어질 만한 기록도 많다. 최저타 18언더파 외에도 드라이버 최장타 324야드, 최장거리 성공 퍼팅 34m, 홀인원 10회, 버디 1만505개, 이글 414개 등이 그것이다. 정명훈은 필드에서는 아직 홀인원이 없지만, 이글은 10차례 넘게 연출했다. 동네에서 스크린을 좀 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스크린 상금대회인 G투어 초청선수로도 나갔다. 연간 8회 정도 대회를 치르면서 상금순위 40위권에 올라 누적 상금으로 6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스크린은 개그맨 선배이자 골프고수인 김국진과 자주 쳤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정명훈은 처음엔 개그맨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버티자고 다짐하며 고비를 넘겼고 지금까지 무사히 보내고 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사라진 선후배가 한둘이 아니다. 정명훈이 이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부단한 노력 덕분. 몸이 아닌 말로 한두 마디 툭툭 던지는 캐릭터. 그는 “불행 중 다행으로 후배와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 롱런 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의 강점은 ‘멘털 갑’이란 점이다. 남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상, 연기 도중 본인이 먼저 웃지 않는 평정심 훈련을 해왔기에 간혹 샷에서 실수가 나와도 짜증보다는 “어이구, 잘못 쳤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 말에 되레 ‘빵 터진’ 동반자들이 무너지곤 한다. 정명훈은 연습을 위해 혼자 스크린을 치면 20분 만에 18홀 한 게임을 마칠 때도 많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 실제 필드에서도 루틴이 짧다. 연습 스윙도 없이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5초 이내로 치기에 상대로부터 건성으로 친다는 말도 듣는 편이다.
정명훈의 골프 버킷리스트 1번은 ‘300야드 보내기’. 그는 “지금도 거리 짧다는 소리는 안 듣는 편이지만 앞으로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해주고 싶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력 강화 운동을 해 내년쯤 300야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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