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좋은 사과’ 생산 비법은

김철호 회장은 특목고 입시 학원인 글맥학원을 30년 동안 운영하다 농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사과 농사 모임에서 만난 농사꾼 손기홍 사장과 만나 지난 2016년 3월 2일 애플카인드를 설립했다. 손 사장은 ‘사과 고집쟁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사과를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고, 사과 재배에 도움이 되는 자연 순환 농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운영하는 애플카인드 농장에는 6만 평 규모의 부지가 조성돼 있다. 농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생산된다. 주력 품종은 부사(후지)와 가을 햇사과로 유명한 홍로다. 국내 사과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품종으로 알려진 부사는 이곳에서도 가장 많이 수확된다. 이 외에도 감홍, 아리수, 시나노 골드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도 재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과를 품종에 따라 시기별·순차적으로 수확한다. 8∼9월 중순까지는 홍로, 9월 말∼10월 중순에는 감홍과 시나노 골드, 10월 말에는 부사를 거둬들인다.

애플카인드에서는 생사과뿐만 아니라 사과를 이용한 제품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사과주스다. 사과주스 1ℓ짜리 큰 병을 만드는 데 사과 10알이 들어가고 180㎖짜리 작은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 2알을 짜야 한다. 물이나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고 사과 과육만으로 만들어 진한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동결건조 사과칩도 유명하다. 사과칩은 질 좋은 사과를 골라 영하 40도에서 급속냉동시킨 다음 100시간 동안 건조해서 만든다. 냉동 건조 과정에서 수분만 빠져나가기 때문에 영양소가 거의 파괴되지 않으면서도 맛과 향이 그대로 보존된다. 이런 제품들을 만들 때는 나무에서 떨어졌거나 등급이 낮은 사과를 쓰지 않고 색소나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애플카인드 농장에서 맛 좋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지리적 특성이다. 애플카인드 농장은 펀치볼에 자리하고 있다. 음료수를 담는 ‘화채(펀치)’ 그릇을 닮았다는 의미의 펀치볼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 해발 600m에 위치한 분지 마을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벌레들이 쉽게 살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사과에 어떤 퇴비를 주느냐에 따라서도 사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애플카인드 농장에는 2200평 규모의 퇴비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친환경 퇴비가 제작된다. 우선 탄소량이 풍부한 목재(우드칩)를 잘게 부순 다음 미생물의 먹이 역할을 하는 쌀겨, 친환경 효소, 깻묵 등이 배합된 원료들을 넣는다. 이 상태로 여름에는 약 105일, 겨울에는 약 120일 동안 다섯 번 퇴비를 뒤집어 1년 정도 발효한 후 최소 6개월 동안 숙성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퇴비가 완성된다. 그 후 사과나무를 심을 자리를 1m 깊이로 판 다음 퇴비를 충분히 흙으로 덮어 나무를 심은 길을 따라 매년 10㎝씩 퇴비를 쌓으면 땅이 자생력을 갖춰 사과가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애플카인드만의 친환경 농법인 ‘초생재배’도 질 좋은 사과를 수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초생재배는 작물 주변에 풀을 함께 키우는 농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는 풀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그 속에서 병충해의 천적이 생겨 병충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초생재배를 하면 미생물들의 활동도 활발해져 토양이 푹신해지고 생태계가 살아나 사과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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