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는 ‘줄행랑’을 ‘대문의 좌우로 죽 벌여 있는 종의 방’과 ‘도망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그런데 ‘도망’이라는 의미는 첫 번째 의미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줄행랑’은 ‘줄’과 ‘행랑(行廊)’이 결합된 어형이어서 ‘줄을 지어 있는,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이라는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솟을대문이 있는 큰 기와집을 연상하면 대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행랑’의 모습이 쉽게 연상될 것이다. ‘줄행랑’에는 주로 그 집에 딸린 종들이 거처했기에 첫 번째와 같은 의미가 생겨났다. 길게 줄지어 있는 행랑이 ‘줄행랑’이라면, 달랑 하나뿐인 행랑은 ‘단행랑(單行廊)’이다. ‘단행랑’은 사전엔 올라 있지 않으나, “줄행랑 집을 팔아 단행랑 집을 사고 단행랑 집을 쏘 팔게 되자 더 적은 집엔 들 수 업다”(‘지새는 안개’·현진건·1923)에서 보듯 ‘줄행랑’의 대응 개념으로 쓰였다.

행랑을 죽 이어서 쌓는 것을 보통 ‘줄행랑을 치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치다’는 ‘담을 치다’의 그것과 같다. 그런데 ‘줄행랑을 치다’는 그 본래의 의미를 넘어 ‘피하여 달아나다’라는 관용적 의미를 띠게 된다. 행랑을 길게 치는 것이 마치 꽁무니를 뺀 채 줄달음질을 치는 것과 같아 보여 ‘줄행랑을 치다’에 이러한 관용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줄행랑을 치다’는 목적격 조사 ‘을’이 생략돼 ‘줄행랑치다’로 어휘화하기도 한다.

‘줄행랑’이 갖는 ‘도망’이라는 의미는 ‘줄행랑을 치다’가 갖는 ‘피하여 달아나다’라는 관용적 의미를 통해 나온 것이다. 곧 관용구의 한 요소인 ‘줄행랑’이 관용구 전체의 의미에 영향을 받아 ‘도망’이라는 또 다른 의미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줄행랑’은 ‘줄걸음’과 의미가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속담 속의 ‘줄행랑’도 ‘도망’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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