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中 양제츠 국무위원 극비 방한
‘3者 종전선언 추진’ 제동 걸어
中의 ‘쌍중단·쌍궤병행’ 해법
北의 단계·동시적 해법과 유사
향후 한미훈련중단 등 실현땐
中이 4國중 가장 큰 수혜 전망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탔던 지난해 7월 중국 외교 수장인 양제츠(楊潔지)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 방한했다. 당시 양 정치국원은 부산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났는데, 면담 사실은 2주나 지나서 언론에 알려졌다. 면담 내용은 현재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양 정치국원 방한 이후 ‘종전선언’ 참여 주체와 관련한 청와대 입장에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양 정치국원이 청와대가 추진하던 남·북·미 종전선언에서 중국이 제외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 사례처럼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마다 빠짐없이 등장해온 중국은 북핵 협상의 ‘촉진자’일까, ‘걸림돌’일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인정한다면 중재자에 가깝지만, 북핵을 반대하면서도 당장은 북한을 미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훼방자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남·북·미 종전선언 제동 건 중국 = 지난해 7월 양 정치국원 방한 이전까지 청와대 입장은 확실히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2018년 5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고 돌아온 뒤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류는 양 정치국원 방한 이후 확 바뀌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30일 양 정치국원의 방한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중국이 종전선언에 굳이 참여하겠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에 중국까지 참여해 논의가 복잡해지면서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영향력 유지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무조건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역할론’ ‘책임론’ ‘북한 배후론’ =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참석으로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중국 역할론’이 힘을 얻었다. 당시 북·중 관계가 얼어붙어 있었고, 국내에서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을 의미하는 ‘통일대박론’이 화두였던 때라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미국이 해결해야 한다”며 대북제재·압박을 꺼리면서 여론은 ‘중국 책임론’으로 바뀌었다. 특히 한·미가 북핵 고도화에 따른 대응 조치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이 경제 보복을 단행한 것은 중국이 북핵을 미·중 세력 경쟁 속에서 자국에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2017년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공조에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대북 원조와 밀수 단속 완화 등으로 ‘뒷문’은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세력 경쟁이 벌어지는 현재 북핵 문제에 대해 ‘현상유지’가 목표이지, 북한 비핵화의 촉진자가 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후의 승자는 중국? = 중국이 비핵화 해법으로 내세우는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맥이 닿아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빅딜’ ‘일괄타결’ 방식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식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요구하는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도 쌍궤병행 속의 ‘평화협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6·12 미·북 정상회담’ 뒤 가장 만족했던 국가는 중국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유예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쌍중단’이 사실상 관철됐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나아가는 대가로 미군의 한반도 주둔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중국의 ‘쌍궤병행’과도 맞아떨어진다. 결국 현 국면이 지속될 경우 남·북·미·중 4자 중 가장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중국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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