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의무 강의 내용 논란

최근 한 서울 시내 대학에 교원으로 임용된 A 씨는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온라인 강의 ‘인권·성평등 교육’을 듣다가 당황했다. 6개의 영상으로 구성된 강의 중 약 31분의 ‘성매매 예방교육’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포그래픽을 보여주며 ‘성매매 해 보셨습니까?’란 질문에 전국 남성 2명 중 1명(50.7%)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같은 영상에서는 얼굴을 가린 여성 출연자가 ‘30, 40대(남자)들이 다들 숨겼구나! 실제로 거의 90%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왔다. 다른 출연자들도 ‘성매매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주위의 남성들도 둘 중 하나 이상이 성매매 경험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하느냐’ 등 반응을 보였다. A 씨는 “개인적인 의사 표현은 자유지만, 남성 대부분이 성매수를 한다는 억측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는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20일 각 대학 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A 씨가 들은 인권·성평등 교육(폭력예방교육)은 양성평등기본법 등에 의해 수강이 의무화돼 있다. A 씨 역시 대학 측으로부터 수강 기간 내에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재임용 혹은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 학부생의 경우엔 수업을 매 학년 수강해야 졸업 요건을 충족하고, 대학원생도 교육을 이수해야 학위논문을 제출할 수 있다. 문제는 ‘남성 중 성매매 경험자가 50% 이상’이라는 부분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A 씨가 들은 강의에서는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를 근거로 표기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여가부에 보고서 원문을 청구하자 여가부 측은 “성매매 실태조사는 모집단의 불법성, 조사 및 추정의 한계 등에 기인한 통계의 신뢰도 부족 등으로 통계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발췌본만을 공개했다. 여가부 측은 올해 발표될 성매매 실태조사에 대해서는 “국가통계 승인을 받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준 한국성평화연대 대표는 “특정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갈등을 조장하는 통계가 교육에 등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도 “교육 현장에서 불분명한 통계에 바탕을 둔 사실을 단정적으로 소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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