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사업 백지화 해놓고
정부는 주민들 반발에 눈치만
환매·대안사업 추진 지지부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영덕군 천지 원전 건설 사업을 종결한 지 오는 6월로 1년을 되지만, 원전 예정구역 지정 고시 해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17년 12월 신규 원전사업을 백지화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한수원은 이사회 의결로 지난해 6월 15일 천지 원전 1·2호기 사업을 종결했다. 하지만 정부는 1년이 다 돼 가도록 원전 지정 고시 해제 절차만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이유는 원전 건설 찬성 주민들의 반발과 영덕군의 대안 사업 요구, 이미 매입한 부지에 대한 환매 등 산적한 난제 때문에 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정 고시 해제 시 원전 찬성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조혜선 천지 원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천지 원전 백지화를 저지하기 위해 그동안 산업부와 한수원을 상대로 줄곧 항의했다”며 “지정 고시 해제 움직임이 있으면 대규모 반대 집회로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덕군도 천지 원전 백지화에 따른 대안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안 사업은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조성, 축산면 블루시티 조성 등 11개 사업인데, 정부와 협의는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수원이 2016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전체 원전 예정 부지 324만㎡(소유주 350여 명) 가운데 61만㎡(19%)를 144명의 소유주에게서 사들인 부지 환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정 고시가 해제되면 기존 소유주들에게 사들인 부지를 되팔기로 했으나 소유주들은 이미 판매 대금을 대부분 사용해 살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한수원은 일반인을 상대로 공매할 방침이지만 이를 진행하면 영덕군 전체의 땅값 하락을 부추겨 주민 반발만 살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 사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전 건설 이슈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 위원장은 “원전 문제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 한 데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원전을 건설하도록 총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 주민 반대가 있지만, 영덕군이 요구하는 대안 사업이 정리되면 절차를 밟아서 지정 고시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영덕군이 2010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원전 유치 신청을 하자 2012년 9월 영덕읍 노물리, 석리 등 4개 마을 일대를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하고 2027년쯤 원전 완공계획을 세웠다가 백지화했다.

영덕=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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